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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zine No.46 | 제18권 4호 <통권70호>
2025년 겨울호 대한내분비학회 웹진Webzine No.46 | 제18권 4호 <통권70호>
2025년 겨울호 대한내분비학회 웹진
하정훈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2024년부터 8월부터 1년간 Stanford University, Division of Endocrinology에서 연수를 진행했다. 이번 연수는 연구자로서 지금까지의 경험을 정리하고 향후 연구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데 의미 있는 시간이었으며, Stanford의 연구 환경과 협업 문화, 데이터 기반 분석 경험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연수를 준비할 때는 어느 기관에서 어떤 연구를 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 기관의 명성도 중요했지만 그보다는 그 환경 속에서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연구와 함께 일할 PI의 연구 방식이라고 판단했다. 그런 점에서 Stanford의 Joy Y. Wu 교수님은 내가 생각한 가장 이상적인 PI 였고 연수 기간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큰 도움을 주신 PI였다. Prof. Wu는 중개의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를 수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내분비학회 및 미국골대사학회에서도 리더십을 인정받는 중개연구자이다. 연구 계획을 세울 때부터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 주셨고, 분석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조언을 주어 안정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연수 초반에는 Osteoporotic Fractures in Men Study (MrOS) 코호트를 사용한 연구를 시작했다. MrOS는 약 6000명 규모의 장기 코호트로 다양한 골 관련 영상 자료와 임상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골대사 연구에 적합한 자료였다. 나는 인슐린 저항성과 남성 골절 위험의 연관성을 평가하는 분석을 맡았으며, 자료의 구조를 이해하고 연구 질문을 세우는 과정에서 cohort 연구의 기본기가 다시 정리되었다. 자료 처리 과정부터 해석까지 반복적인 검토가 필요했지만, 이러한 과정은 대규모 코호트 연구의 장점을 활용하는 데 중요한 경험이었다.
연수 중후반부터는 UK Biobank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를 새롭게 시작했다. 다양한 임상·유전·생활습관 정보가 통합된 대규모 인구 기반 자료로, 여러 연구 질문을 탐색할 수 있었다. 나는 CBC parameters와 골절 위험 간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대규모 자료의 특성상 변수 정의와 자료 정제에 시간이 필요했고, 분석 전략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인구 기반 연구의 접근 방식을 다시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Prof. Wu는 귀국 후에도 이 연구를 이어가 볼 것을 권유했고, 현재도 후속 분석을 계속하며 관련 주제를 확장하고 있다.
Stanford의 연구 문화는 실용적이며 토론 중심적이었다. 매주 진행되는 lab meeting에서는 각자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분석 과정에서 마주한 문제들을 함께 논의했다. 피드백은 명확했고, 연구 질문의 타당성이나 해석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연구자들 간의 이러한 소통은 연구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었고, 분석을 진행하며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다시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Stanford Medical Center의 LGBTQ Clinic을 경험할 수 있었던 점도 연수 기간의 중요한 배움 중 하나였다. 성전환 환자들의 호르몬 치료와 만성질환 관리에 대해 논의하는 기회를 통해 LGBTQ 진료 전반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특히 환자 중심의 접근 방식과 의료진 간의 협업 구조는 한국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진료 모델로, 많은 통찰을 제공해 주었다. 이러한 경험은 임상과 연구를 바라보는 시야를 더욱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학회 발표 준비 과정도 중요한 경험이었다. 발표 전 여러 차례 practice talk를 진행해야 했고, 모든 저자가 참석해 슬라이드 구성, 발표 흐름, 용어 선택, 발음까지 상세하게 검토했다.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도 미리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부담이 있었지만, 연구 내용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국제 학회에서 요구되는 기준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생활 측면에서도 Stanford는 연구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했다. 나는 스탠포드와 차로 30분가량 떨어져있는 포스터시티(Foster City)에 거주하며 매우 조용하고 정돈된 환경에서 연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Stanford에는 방문 연구자로 온 한국 교수님들이 많다고 들었지만, 내가 거주한 지역에서는 가까이 지낼 연구자가 많지 않았다. 대신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고재철 교수님 가족과 교류하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연수 기간 중 발생하는 실질적인 문제와 고민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었고, 이런 교류는 일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의미가 있었다.
연수 기간 동안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도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주말이나 일정에 여유가 생기면 샌프란시스코 도심과 인근 해안 도시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고, 캘리포니아 곳곳의 국립공원도 가능한 한 많이 방문했다. 요세미티, 세쿼이아, 레드우드 등 미국 서부의 자연은 가족과 함께 경험하기에 충분히 값진 장소들이었다. 가끔은 인접한 주로 로드트립을 떠나기도 했는데, 이러한 여행들은 연수 생활 속에서 서로에게 큰 힘이 되는 시간이 되었고, 아이들에게도 오래도록 간직될 좋은 추억을 남겨 주었다.
연수가 끝난 후 한국으로 복귀했지만, Prof. Joy Wu와의 공동 연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도 lab meeting에 온라인으로 참여하며 분석 결과를 공유하고 있으며, 공동 연구 주제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연수 중 형성된 연구 협력 관계가 귀국 후에도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이번 연수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연수를 준비하는 후배 교수님들께 전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연수는 단순한 휴식이나 일상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아니라 연구자로서의 방향을 다시 세우고 새로운 연구 방식을 경험하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연수지 선택에서는 기관의 명성보다 PI의 연구 철학과 협업 방식이 훨씬 중요하며, 이는 연수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연수 준비는 최소 1~2년의 시간을 두고 계획하는 것이 좋고, 사전 인터뷰, 연구 계획 수립, 영어 준비 등 실제로 신경써야 할 부분도 많다. 새로운 연구 환경에서 마주하게 될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를 자신의 연구 방식과 연결해 보려는 태도 역시 연수의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Stanford에서의 1년은 연구자로서의 마음을 다시 다잡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양한 데이터 분석 경험, 연구 문화의 차이, 협업 방식 등을 배우는 과정은 이후 연구 활동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연수기가 앞으로 연수를 준비하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소중한 연수 기회를 허락해 주신 우리 기관과, 제가 남겨놓은 환자들을 기꺼이 맡아 주신 임동준 교수님, 김지현 교수님, 이준엽 교수님, 유진 교수님, 이재경 선생님, 김미숙 선생님, 그리고 학회 때 따뜻하게 연락을 주신 이은영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