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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zine No.49 | 제19권 3호 <통권73호>

2026년 가을호 대한내분비학회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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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내분비질환 원인 유전자 변이 분석 플랫폼 ‘EVE(Endocrine Variant Extractor)’ 개발

이시훈

이시훈 가천의대

안녕하세요, 교수님.
최근 이헌상 교수님 연구팀과 공동으로 희귀 내분비질환의 원인 유전자 변이를 신속하게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 ‘EVE(Endocrine Variant Extractor)’를 개발하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한 명의 희귀질환 환자에게서 시작된 임상적 질문이 새로운 유전자 변이의 발견으로 이어지고, 이제는 유전체 진단 플랫폼의 개발로까지 발전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임상 현장에서 발견한 질문을 분자유전학과 유전체 연구를 통해 풀어오신 의사과학자로서, 교수님의 연구 여정과 이번 EVE 개발의 의미,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합니다.

1. ‘의사’에서 ‘의사과학자’로 — 그 시작점
  • 교수님께서는 연세의대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임상 수련을 받으신 뒤 내분비내과를 선택하셨으며, 이후 동경대와 미국 NIH에서 기초 및 중개연구 경험을 쌓으셨습니다.
    수많은 임상 분야 가운데 내분비학을 선택하시고, 그 중에서도 질병의 원인을 유전자와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는 연구를 오랜 기간 이어오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의예과에 입학한 직후, 훗날 희망하는 전공을 적어 타임캡슐에 넣은 적이 있습니다. 졸업할 때 열어보니 제 쪽지에는 ‘내과’와 ‘병리학’이 적혀 있었습니다. 병리학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던 때였는데, 질병의 근본 원인을 파고드는 내과의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이미 있었던 모양입니다.

    내분비내과를 선택한 데에는 몇 장면이 겹쳐 있습니다. 전공의 때 종양내과에서는 혈색소가 10이면 “이 정도면 좋다”고 했는데, 내분비내과에서는 곧바로 빈혈 검사를 지시했습니다. 같은 숫자를 전혀 다르게 보는 시선이 흥미로웠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은 3년 차 여름, 파리 파스퇴르연구소를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고색창연한 건물 안의 첨단 연구시설을 보며 ‘기초과학과 가장 가까운 임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선명해졌습니다.

    파리에서 의사과학자의 꿈을 키우다
2. 동경대에서 배운 ‘융합’의 연구 철학
  • 2004년 동경대에서 정웅일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셨고, 이후 정 교수님의 저서 『장수혁명』을 직접 번역하기도 하셨습니다. 정 교수님은 의학뿐 아니라 발생생물학, 재생의학, 공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융합 연구를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동경대에서 경험하신 의학·과학·공학의 융합이라는 연구 철학은 이후 교수님의 유전체의학 연구와 이번 EVE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동경대는 고교 시절 난공불락의 입시 수학 문제를 풀며 동경하던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정웅일 교수님과 연구한 경험은 제 연구관을 크게 바꾸었습니다. 정 교수님은 의학에서 출발해 발생생물학, 재생의학, 공학, 나아가 도덕과 인공지능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했습니다. 의·공·약·이(醫·工·藥·理)를 아우르는 GPLLI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는 모습도 가까이에서 보았습니다.

    그때 배운 것은 간단합니다. 좋은 연구 질문은 한 학문의 경계 안에서만 풀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임상적으로 중요한 질문을 먼저 세우고, 해결에 필요한 언어와 방법을 다른 분야에서 가져오면 됩니다. 융합연구는 여러 분야 연구자의 이름을 나란히 올리는 일이 아니라, 하나의 문제를 풀기 위해 서로 다른 언어가 실제로 대화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동경대 정웅일 교수님과
3. NIH에서 배운 ‘의사과학자의 자세’
  • NIH에서는 Michael J. Quon 교수의 Diabetes Unit에서 연구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 과거 NIH 시절을 기록하신 글을 보면 연구 자체뿐 아니라 미국의 연구문화와 physician-scientist의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셨던 것으로 보입니다.
    Quon 교수님을 비롯해 NIH에서 만난 연구자들로부터 배운 것 가운데, 지금까지도 연구자로서 중요하게 여기고 지키고 있는 원칙이나 자세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NIH의 Michael Quon 교수님 연구실에서는 실험기법만큼이나 연구자의 태도를 배웠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권위보다 질문과 데이터를 중시하는 문화였습니다. 유명한 교수의 생각도 실험 결과와 다르면 다시 검토했고, 젊은 연구자의 아이디어도 논리와 근거가 충분하면 진지하게 논의했습니다. 결국 연구에서는 ‘누가 말했는가’보다 ‘데이터가 무엇을 말하는가’가 중요했습니다.

    또한 의사과학자의 자리는 두 세계 사이에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임상의는 기초과학자가 쉽게 만나기 어려운 질문을 환자에게서 발견하지만, 임상 경험만으로 그 생물학적 원인을 끝까지 밝히기는 어렵습니다. 두 세계를 연결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좋은 연구는 좋은 질문에서 시작하고, 좋은 질문은 환자를 자세히 보는 데서 시작한다’는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최신 기술은 강력한 도구지만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언제나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 기술로 어떤 환자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입니다.

    연구 환경의 차이도 생생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구하는 데 몇 달 걸리던 시료가 일본에서는 일주일, 미국에서는 때로 당일에 도착했습니다. 연구자의 열정도 중요하지만, 그 열정이 식기 전에 움직여 주는 시스템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NIH-NCCAM Michael Quon 교수님과 동료들
4. 『동경, 워싱턴 이야기』 — 젊은 의사과학자의 꿈과 현재
  • 동경대와 NIH 유학 시절의 경험을 연재하시고, 이후 이를 『동경, 워싱턴 이야기』라는 책으로 엮으셨습니다. 당시 교수님께서는 의사과학자의 길에 대한 꿈과 고민을 비교적 솔직하게 기록하셨습니다.
    만약 그 책을 쓰던 젊은 시절의 이시훈 교수님과 지금의 교수님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때 꿈꾸었던 의사과학자의 모습에 지금 나는 어느 정도 와 있다”고 말씀하시겠습니까?
    또 그 시절의 자신에게 지금 한마디를 해주신다면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신지도 궁금합니다.

    『동경, 워싱턴 이야기』는 의협신문과 미주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글을 귀국 후 묶은 책입니다. 나태해지거나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으려고 쓴 일종의 자기 감시 기록이었지요. 그 시절의 저와 지금 마주 앉는다면 서로 조금 어색하면서도 꽤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당시 상상했던 것보다 많은 일을 해보았습니다. 환자에게서 새로운 유전자 변이를 발견하고, 질병을 일으키는 기전을 규명하고, 동물모델과 분자 수준으로 연구를 확장했습니다. 그렇다고 “꿈꾸던 의사과학자가 다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연구를 할수록 모르는 것이 늘고, 풀고 싶은 질문도 함께 늘어납니다. 아직 도착 했다기보다 꽤 오래, 그리고 즐겁게 가는 중입니다.

    그때의 저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환자에게서 발견한 질문을 놓치지 마라.” 연구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실패도 훨씬 많지만, 좋은 질문 하나를 오래 붙잡고 있으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자라납니다. 지금의 연구 대부분도 그렇게 이어졌습니다.

    동경-워싱턴 이야기
5. 2015년 PTH 유전자 변이 발견에서 2026년 EVE까지 — 연구는 어떻게 진화했나
  • 교수님께서는 2015년 특발성 부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에서 새로운 PTH 유전자 변이를 규명하며 희귀 내분비질환의 원인을 밝혀내셨고, 해당 연구는 이후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에도 인용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한 환자와 한 가족에서 출발해 질환의 유전적 원인을 집요하게 추적하셨다면, 이번에는 수십만 개의 유전자 변이 가운데 원인 후보를 자동으로 선별하는 EVE 플랫폼을 개발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과거의 PTH 유전자 연구와 이번 EVE 개발을 하나의 연구 여정이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연결해서 보고 계십니까?

    2015년 PTH 유전자 변이 연구는 한 환자와 한 가족에서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특발성 부갑상선기능저하증만으로는 임상 양상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원인을 추적했고, PTH 자체의 새로운 변이를 발견했습니다. 이후 그 변이가 호르몬의 기능과 수용체 신호를 어떻게 바꾸는지 연구해 왔습니다. 이 발견을 실제 진료와 치료로 어떻게 돌려줄지는 여전히 진행 중인 질문입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분명해진 문제가 있었습니다. 유전체 분석을 한다고 답이 바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한 사람에게서 수십만 개의 변이가 나오고, 그중 환자의 증상을 설명할 ‘진짜 용의자’를 찾는 일이 오히려 더 어렵습니다. 임상의가 직접 하기에는 생명정보학의 문턱과 시간 부담이 컸습니다.

    EVE는 바로 그 불편에서 출발했습니다. 고려대 기능유전체학의 이헌상 교수님과 한윤서 대학원생이라는 훌륭한 동료를 만난 것도 큰 행운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협업은 몇 해 전 부산에서 열린 대한내분비학회 학연산 심포지엄 뒤풀이에서 시작됐습니다. 학술대회의 공식 프로그램만큼 뒤풀이도 중요하다는 좋은 사례입니다.

    예전의 질문이 “이 환자의 원인은 무엇인가?”였다면, 이제는 “앞으로 만날 수많은 환자에게 이 과정을 어떻게 더 빠르고 체계적으로 적용할 것인가?”로 넓어졌습니다. 한 환자에서 출발한 연구가 여러 환자를 위한 시스템으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PTH 연구와 EVE는 하나의 긴 연구 여정입니다.

6. EVE의 진정한 의미 — ‘3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이번 연구에서는 32만 개 이상의 유전자 변이 가운데 불필요한 변이를 99.6% 이상 제거하고, 전체 분석을 약 3시간 만에 완료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임상의의 입장에서는 분석 속도 자체보다 “이 기술이 실제 희귀질환 환자의 진단 여정을 얼마나 단축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기에 EVE가 기존의 WES 분석 과정과 비교해 갖는 가장 본질적인 차별점은 무엇입니까?
    또 향후 어느 정도까지 발전한다면 생명정보학 전문가의 도움 없이 일반 내분비내과 의사도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을까요?

    ‘3시간’과 ‘99.6%’는 EVE의 효율을 잘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그러나 핵심은 속도 자체가 아니라 WES 데이터와 실제 진료 사이의 거리를 줄였다는 데 있습니다.

    WES는 상당히 보편화됐지만, 수십만 개의 변이에서 환자의 표현형과 관련된 후보를 고르는 과정에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있습니다. EVE는 부갑상선질환의 핵심 유전자군에서 시작해 더 넓은 내분비질환 유전자군으로 확장하고, 임상적으로 검토할 후보를 단계적으로 제시합니다. 생명정보학의 과정을 임상의의 사고방식에 가깝게 옮긴 셈입니다.

    목표는 전문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문가에게만 가능했던 분석의 일부를 임상의 곁으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장차 내분비내과 의사가 유전질환을 의심할 때 WES 데이터를 넣으면, 복잡한 명령어나 분석 절차를 몰라도 몇 시간 뒤 우선 검토할 후보와 임상적 의미를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만 변이를 ‘찾는 것’과 질병의 원인으로 ‘판단하는 것’은 다릅니다. 최종 판단에는 표현형, 가족력, 가족 내 분리 양상, 기존 문헌, 때로는 기능 연구까지 필요합니다. 도구가 쉬워질수록 환자를 깊이 이해하는 임상의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EVE 개발의 주역-고려대 한윤서 대학원생
7. ‘Endocrine Variant Atlas + AI’ — EVE의 다음 단계
  • 교수님께서는 EVE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앞으로 다양한 환자의 유전 정보를 축적해 ‘Endocrine Variant Atlas’를 구축하는 한편 AI 기반 분석 기술과도 접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셨습니다.
    희귀질환에서는 동일한 유전자 변이라 하더라도 임상 phenotype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고, 특히 VUS(variant of uncertain significance)의 해석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교수님께서 구상하시는 시스템은 단순히 유전자 변이를 선별하는 variant-filtering tool을 넘어, genotype과 phenotype을 함께 분석하고 축적된 임상 데이터를 학습해 VUS의 의미까지 제안할 수 있는 ‘AI 기반 내분비 유전체 진단 시스템’에 가까운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이 현실화되기 위해 앞으로 가장 중요하게 축적해야 할 데이터나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구상하는 다음 단계는 단순한 변이 선별 도구보다 훨씬 넓습니다. 현재 EVE가 수많은 변이에서 의미 있는 후보를 찾아주는 ‘체’라면, Endocrine Variant Atlas는 여러 환자의 유전형과 표현형을 축적하는 ‘지도’가 될 것입니다.

    희귀질환에서는 같은 유전자의 같은 변이라도 환자마다 증상의 정도가 다르고, 비슷한 증상이 서로 다른 유전자 이상에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특히 실제 진료에서는 이미 병원성으로 알려진 변이보다 의미가 불확실한 변이, 즉 VUS를 만났을 때가 훨씬 어렵습니다.

    정확한 유전형–표현형 자료가 충분히 쌓이면 AI가 환자의 임상소견, 검사 결과, 가족력과 유전체 정보를 함께 비교해 어떤 변이가 표현형을 가장 잘 설명하는지 우선순위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다만 AI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좋은 데이터’입니다. 정확히 정의된 표현형과 신뢰할 수 있는 유전형을 표준화해 국내외 여러 기관이 공유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AI가 의사를 대신해 진단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임상의가 놓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아주고,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는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입니다. AI는 훌륭한 내비게이션이 될 수 있지만, 목적지를 정하고 환자와 함께 길을 가는 사람은 결국 의사여야 합니다.

    미래를 꿈꾸며. Se학회@KAIST
8. 한국형 NIH Undiagnosed Diseases Program — 개인의 연구가 시스템으로 발전하려면
  • 교수님께서는 과거부터 미국 NIH의 Undiagnosed Diseases Program(UDP)과 같이, 기존의 의료체계에서 원인을 찾지 못한 희귀질환 환자의 진단을 다학제적·국가적 시스템을 통해 해결하는 모델이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해 오셨습니다.
    이제 교수님께서 직접 EVE와 같은 유전체 분석 기술까지 개발하신 만큼, 과거 말씀하셨던 ‘한국형 UDP’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교수님께서 꿈꾸시는 ‘한국형 Undiagnosed Diseases Program’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또 이러한 시스템 안에서 내분비내과 의사와 의사과학자는 각각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며, 우리나라가 희귀질환 정밀의료 분야에서 앞으로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NIH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한 연구자나 한 진료과가 풀기 어려운 환자를 ‘시스템이 함께 해결한다’는 문화였습니다. Undiagnosed Diseases Program은 그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병원을 다니며 같은 검사를 반복하지만 끝내 원인을 찾지 못하는 환자가 적지 않습니다. 각 진료과는 자신의 영역에서 가능한 질환을 배제하지만, 전체 조각을 맞춰 줄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형 UDP는 단순히 WES를 많이 시행하는 사업이어서는 안 됩니다. 각 임상 분야 전문가, 임상유전학자, 분자생물학자와 생명정보학자가 한 환자를 함께 검토하고, 필요하면 WES·WGS와 기능 연구까지 이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내분비내과 의사는 이 과정에서 환자의 표현형을 정확히 정의하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 내분비질환은 하나의 유전자나 호르몬 이상이 매우 독특한 임상상을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의사과학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진단되지 않은 환자’를 ‘연구 가능한 질문’으로 바꾸고, 그 연구를 다시 ‘새로운 진단’으로 환자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더 새로운 시퀀싱 장비보다 환자와 데이터, 연구자를 연결하는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입니다. 한 병원에서 진단되지 않았다고 여정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네트워크 안에서 다시 검토되고 표준화된 임상·유전체 정보가 적절한 전문가에게 연결되어야 합니다.

    제가 꿈꾸는 것은 어느 병원에서 진료받느냐에 따라 희귀질환의 진단 가능성이 달라지지 않는 시스템입니다. 한 환자에게서 얻은 지식이 다음 환자의 진단에 쓰이는 선순환, 그것이 정밀의료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꿈꾸며. Se학회@KAIST

바쁘신 가운데 귀한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 명의 환자에서 출발한 임상적 질문을 끊임없이 연구로 확장해 오신 교수님의 여정과, 희귀 내분비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연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매우 뜻깊었습니다.
교수님의 앞으로의 연구 여정에도 더욱 큰 성취와 발전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다시 한번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