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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zine No.49 | 제19권 3호 <통권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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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기 쉬운 쿠싱병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
대한내분비학회·일본내분비학회 공동 합의문과 실제 임상 알고리즘

이정민

이정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쿠싱병(Cushing’s disease)은 부신피질자극호르몬(adrenocorticotropic hormone, ACTH)을 분비하는 뇌하수체 종양에 의해 만성적인 코티솔 과다가 발생하는 드문 내분비질환이다. 국내 역학 연구에 따르면 2013년 2017년까지 5년간 584명의 쿠싱병 환자가 확인되었으며, 연간 발생률은 인구 백만 명당 2.3명, 유병률은 9.3명 수준으로 보고될 만큼 드물지만, 진단과 치료가 지연될 경우 심혈관질환, 골절, 대사질환 및 삶의 질 저하가 지속될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그러나 임상양상이 다양하고 미세선종의 국소화가 까다로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전형적인 증상이 있어도 쿠싱병을 놓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러한 배경에서 대한내분비학회(Korean Endocrine Society, KES) 와 일본내분비학회 (Japan Endocrine Society, JES)는 2024년 양국의 뇌하수체·부신 분야 전문가로 공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양국의 쿠싱병 진단 지침을 비교·검토하여 임상 현실에 맞는 합의문을 도출하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그 결과물인 "Consensus on the Diagnosis of Cushing's Disease: A Collaborative Statement from the Korean Endocrine Society and Japan Endocrine Society"는 최근 Endocrinology and Metabolism과 Endocrine Journal에 동시 게재되었다.

1. 공동 합의문의 필요성

KES와 JES의 쿠싱병 진단 지침은 병태생리학적 원칙을 공유하지만, 검사 항목의 선택과 판정 기준 (cut-off)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각국의 의료체계 및 인구 집단 특성의 차이를 반영한 결과이다. 태스크포스는 두 나라 모두에서 쿠싱병의 비교임상시험이나 메타분석 근거가 부족하고 방법론적 이질성이 크다는 점을 확인하였으며, 이에 따라 정형화된 근거등급 체계를 적용하는 대신 다수의 전문가 합의 라운드를 통해 서술형 합의문(narrative-based consensus)의 형태로 권고안을 정리하였다. 각 진단 주제는 'Consensus statement(합의 내용)'와 'Clinical context(근거 및 배경)'로 구성되어, 임상적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2. 쿠싱병의 진단은 ‘검사’보다 ‘의심’에서 시작한다

두 학회 모두 중심비만, 월상안(moon face), 근위부 근력저하, 자색선조, 쉬운 멍, 고혈압, 내당능장애, 월경이상, 골다공증, 기분 변화나 인지기능 저하 등 신경정신과적 증상을 쿠싱병을 의심해야 할 핵심 소견으로 공통적으로 인정하였다. 특히 폭이 1cm를 넘는 자색-적색 선조와 체질량지수와 무관하게 나타나는 불균형적 중심비만은 쿠싱병을 강력히 시사하는 소견으로 강조되었다. JES는 특이 소견과 비특이 소견을 구분하여 각 범주에서 최소 1개 이상이 있을 때 추가 검사를 진행하도록 제안하는데, 태스크포스는 이 접근을 원칙적으로 지지하면서도 전형적인 증상조차 환자가 자발적으로 호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적극적인 문진과 진찰의 중요성을 재확인하였다.

3. 생화학적 선별검사 — 같은 목표, 다른 접근

쿠싱병이 의심되더라도 바로 뇌하수체 MRI를 시행하기보다는 먼저 내인성 고코티솔증 (endogenous hypercortisolism)을 생화학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쿠싱증후군을 단일 검사만으로 확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이번 합의문에서도 가능하면 서로 다른 생리적 특성을 평가하는 두 가지 이상의 상보적인 검사를 종합하여 판단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하였다.

대표적인 선별검사는 24시간 소변유리코티솔(24-hour urinary free cortisol, UFC), overnight dexamethasone suppression test(ODST), 그리고 late-night salivary cortisol(LNSC) 또는 midnight serum cortisol이다. 그러나 어떤 검사를 우선적으로 활용하는지에는 KES와 JES 사이에 다소 차이가 있다. KES는 24-hour UFC, LNSC, 1 mg ODST를 주요 선별검사로 제시하는 반면, JES는 아침 혈장 ACTH와 혈청 코티솔, 그리고 24-hour UFC를 초기 평가에 우선적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차이는 검사 자체의 우열이라기보다 양국에서 축적된 연구 근거와 임상 경험, 의료환경의 차이를 반영한다.

24-hour UFC는 하루 동안 분비된 생물학적 활성 코티솔을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국내에서도 오랫동안 널리 사용되어 온 선별검사이다. 다만 일중 및 일간 변이가 크기 때문에 적절한 24시간 소변 수집 여부를 확인하면서 적어도 두 차례 이상 측정하는 것이 권고된다. 또한 신기능, 수분 섭취, 소변 수집의 정확성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경증 또는 주기성 쿠싱증후군에서는 코티솔 분비가 일시적으로 정상 범위에 들어가 위음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ODST에서는 양국의 접근 차이가 보다 뚜렷하다. 국내에서는 국제 지침과 마찬가지로 1 mg ODST를 사용하며, 취침 전 dexamethasone 1 mg을 복용한 뒤 다음 날 아침 혈청 코티솔이 1.8 μg/dL를 초과하면 억제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반면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0.5 mg ODST를 사용해 왔으며, ACTH 의존성 쿠싱증후군 진단에는 5 μg/dL, 보다 경한 또는 subclinical Cushing’s disease의 선별에는 3 μg/dL를 기준으로 적용한다. 이는 일본인의 체격 및 dexamethasone 억제 반응에 대한 기존 연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공동 합의문은 양국의 기준을 하나로 통일하기보다는 각 검사법이 개발된 배경과 장단점을 이해하고 임상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 것을 강조한다.

Midnight cortisol 측정은 정상적으로 가장 낮아져야 할 시간대의 코티솔 분비가 유지되는지를 평가함으로써 코티솔 일중 리듬의 소실을 확인하는 검사이다. LNSC는 비침습적으로 반복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내와 일본에서는 검사법의 표준화와 적절한 정상 범위에 대한 자료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

검사 결과가 임상 양상과 맞지 않을 때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우울증, 심한 비만, 과도한 음주 등 비종양성 고코티솔혈증(non-neoplastic hypercortisolism)은 위양성을 초래할 수 있고, corticosteroid-binding globulin이나 dexamethasone 대사에 영향을 주는 약물도 검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cyclic Cushing’s syndrome에서는 검사 시점에 따라 코티솔이 정상 범위로 측정되어 위음성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임상적 의심이 높은데 한 번의 검사가 정상이라고 해서 쿠싱병을 바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

고코티솔혈증이 확인되면 다음 단계는 ACTH 의존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침 ACTH가 10 pg/mL 미만이면서 코티솔이 정상 이상이면 ACTH 비의존성 쿠싱증후군을 시사하고, 20 pg/mL를 초과하면 ACTH 의존성 쿠싱증후군의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쿠싱병과 부신성 쿠싱증후군 사이에 ACTH 값이 상당 부분 겹칠 수 있기 때문에 ACTH 수치 하나만으로 원인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또한 ACTH는 검체 안정성이 낮다는 점도 실제 진료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채혈 후 즉시 얼음에 보관하고 신속히 원심분리하지 않으면 ACTH가 분해되어 실제보다 낮게 측정될 수 있다.

4. ACTH 의존성 쿠싱증후군의 원인 감별 — 기능검사와 영상검사

ACTH 의존성 쿠싱증후군이 확인되면 뇌하수체 기원의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sella MRI를 시행한다. 합의문에서는 고해상도 dynamic contrast-enhanced MRI를 우선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쿠싱병을 일으키는 종양은 매우 작은 미세선종인 경우가 많으며, 약 18%에서는 표준 MRI로 병변이 확인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MRI가 정상이라고 해서 쿠싱병을 배제할 수 없다. Desmopressin stimulation test, CRH stimulation test, high-dose dexamethasone suppression test(HDDST) 또는 8 mg ODST는 ACTH 의존성 쿠싱증후군에서 뇌하수체 기원과 이소성부신피질자극호르몬증후군(ectopic ACTH syndrome, EAS)을 감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차 검사이다. 그러나 이들 검사 역시 위양성 또는 위음성이 가능하므로 어느 한 가지 기능검사만으로 쿠싱병을 확진하기보다는 다른 생화학검사와 MRI 결과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

서구에서는 10 μg desmopressin을 사용하는 반면, 한국과 일본에서 desmopressin 검사는 4 μg 용량을 사용하고 있으며, CRH 검사는 일반적으로 100 μg을 정맥 투여하여 ACTH와 코티솔 반응을 평가한다. 최근에는 CRH의 제한적인 가용성 때문에 desmopressin 검사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진단뿐 아니라 수술 후 재발 평가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5. IPSS

생화학적으로 ACTH 의존성 쿠싱증후군이 확인되었으나 MRI에서 뇌하수체 종양이 명확하지 않거나, 영상과 생화학검사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inferior petrosal sinus sampling(IPSS)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저 central-to-peripheral ACTH ratio가 2를 초과하거나 자극 후 3을 초과하면 뇌하수체 기원을 강하게 시사한다.

그러나 IPSS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뇌하수체 기원을 확인하는 것과 종양의 좌우 위치를 결정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양측 petrosal sinus 사이의 ACTH 비가 1.4를 초과하면 종양의 편측화를 시사할 수 있지만, 국내 연구에서 IPSS의 편측화 결과와 실제 수술 병변 위치의 일치도는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IPSS의 좌우 우세만을 근거로 수술 위치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또한 prolactin을 함께 측정하면 catheterization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를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IPS-to-peripheral prolactin ratio가 1.8을 초과하면 성공적인 채혈을 뒷받침하며, prolactin으로 보정한 ACTH 비율을 이용하면 검사의 신뢰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이번 합의문은 이러한 prolactin 보정법의 활용 가능성 역시 강조하였다.

표 1. KES-JES 쿠싱병 진단검사 비교
표 1. KES-JES 쿠싱병 진단검사 비교
진단 검사 KSE (한국) JES (일본)
24시간 소변유리코티솔(UFC) >90 μg/day (RIA) >50 μg/day (HPLC/CLIA) 70 μg/day (RIA)
야간 덱사메타손억제검사(ODST) 1mg, 코티솔 >1.8 μg/dL 0.5mg, 코티솔 >5.0 μg/dL
심야 혈청 코티솔 >7.5 μg/dL (awake) ≥5 μg/dL
데스모프레신 자극검사(4μg) ACTH 50% 이상 증가 ACTH 1.5배 이상 증가
CRH 자극검사(100μg) ACTH 50%↑ & 코티솔 20%↑ ACTH 1.5배 이상 증가
8mg ODST 코티 50% 이상 감소 또는 <5 μg/dL 코티솔 50% 이상 감소
IPSS 시행 기준 확진 보조검사로 적극 권고 종양 크기 6mm 미만일 때
6. 결론

이번 합의문의 중요한 의미는 한국과 일본의 진단 기준을 하나의 숫자로 통일한 데 있지 않다. 실제로 ODST의 dexamethasone 용량과 cutoff, ACTH 해석, LNSC의 표준화, IPSS 적용 기준 등에는 여전히 양국 간 차이가 존재한다. 연구 방법과 검사법, 의료환경이 다른 상황에서 이러한 차이를 인위적으로 없애기보다는, 공통된 진단 원칙과 각 검사의 한계를 명확히 하고 임상 상황에 따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는 점이 이번 합의문의 핵심이다.

특히 동아시아 환자에서 적절한 UFC 및 LNSC 기준값, dexamethasone 억제 반응의 차이, ACTH cutoff, IPSS의 최적 적용 방법 등에 대해서는 향후 한·일 공동 다기관 연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번 합의문은 이러한 근거를 축적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의미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