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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zine No.48 | 제19권 2호 <통권72호>

2026년 여름호 대한내분비학회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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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목소리가 정책이 되기까지 — 췌장장애 등록제도 시행을 앞두고

박석오

박석오 박샘내과의원

선생님, 안녕하세요?
2026년 7월 1일 췌장장애 등록 시행을 앞두고 바쁘신 가운데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최근 이선영 선생님과 함께 한국췌장장애인협회 공동회장을 맡으셨는데요. 박샘내과에서의 진료와 다양한 학회 활동으로도 매우 바쁘신 와중에 협회 활동까지 맡게 되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먼저 한국췌장장애인협회가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췌장기능상실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의 권익을 대변하고 체계적 복지 인프라 구축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하였습니다. 전문적 정책 제언과 맞춤형 지원을 위한 의사직역의 참여를 요청받아 맡게 되었습니다. 우리 학회의 대정부특임이사 김대중 교수님과 부총무 박정환 교수님이 적극 도와주시고 있고, 소아내분비학회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 2025년 12월 17일,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췌장장애’가 ‘장애의 종류 및 기준에 따른 장애인’의 16번째 유형으로 새롭게 포함되었습니다. 2026년 7월부터는 중증 당뇨병, 중증 췌도부전, 췌장이식, 췌장절제술 환자 등이 췌장장애 등록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애 유형 확대가 23년 만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췌장장애 신설까지 이어진 쉽지 않았던 과정과 그 의미를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 대한소아내분비학회 등 8개 전문기관이 참여했던 2021년 연구인 「췌장질환의 장애요인 인정의 필요성과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해당 연구가 어떤 배경에서 시작되었고, 실제 제도화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함께 설명 부탁드립니다.)

    2018년 당시 국가인권위원회 서미화 위원께서 췌장장애 인정 필요성에 대한 언급을 계기로 환자단체 한국소아당뇨인협회와 정책단체 대한당뇨병연합이 추진방안을 모색하다, 구체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대한소아내분비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등 8개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췌장질환의 장애요인 인정의 필요성과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 (책임연구자: 서울의대 소아청소년과 김재현교수)”를 2021년 시작했습니다. 이 연구내용을 토대로, 보건복지부와 장애판정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을 초청해 국회토론회 등에서 논의하는 과정을 수차례 거쳤고 국회 서미화 의원(민주당)의 주도적 역할로 법률에 반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김예지 의원(국민의힘), 이주영 의원(개혁신당) 등 여야를 초월한 도움을 받았는데, 정책 수립을 위해선 ‘설득의 근거’ 준비가 필요하고 ‘반대가 없도록 하는 노력’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실제 환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등록 절차일 것 같습니다. 췌장장애인 등록은 진단부터 신청, 심사, 통지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되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진단) (1) 6개월 이상 다회인슐린주사 치료 (2) 혈당 140mg/dl 이상상태에서 (3) C-peptide 0.6 ng/mL 미만을 AND조건으로 진단합니다. 예외적으로 전췌장절제 상태나 2종 이상의 자가항체 양성이면 진단될 수 있는데 중증장애 진단을 받으려면 상기 (1)(2)(3)을 충족해야 합니다. 주의해야 하는 문구가 ‘6개월 내에 2회 반복 검사를 3개월이상 간격을 두고 시행’입니다. 첫 검사는 일반 의사가 시행한 것을 인정하지만 두번째 검사는 반드시 내분비내과 처방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신청) 상기 내용을 담은 의무기록과 내분비내과 분과전문의가 작성한 장애진단서를 발급받아 주민센터에 신청합니다.

    심사 및 통지) 국민연금공단 심사부서에서 심사를 하여 수개월 내에 전달하게 되는데, 올해 대학입시 장애인전형이나 취업을 위해 판정결과가 시급히 필요한 경우 근거서류를 첨부시 15일 이내의 신속심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또한 최종적으로 제도가 시행되면 전체 당뇨병 환자 중 어느 정도 규모의 환자들이 등록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시는지요? 등록 이후 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이나 변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1형당뇨병 상병코드 약 20만명 중 실제 인슐린처방이 이뤄지는 5만명 가량이 우선 대상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중 췌장이식을 받거나 자가항체 2개 이상이 양성인 경우가 수백~수천명 정도밖에 안될 것이고 장애등록을 원치 않을 분들도 있기에 초기에는 2만명 내외가 신청할 것 예상합니다.

    장애인정을 받는다해서 건강보험상 지원은 없기에 진료비 할인 등의 체감하는 변화는 없습니다. 장애인 범주에 들어가게 되므로 장애인 관련 법령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따른 다양한 장애인 지원 관련 정책을 검색해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꼭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 한편 2026년 7월 1일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초기에는 등록 신청이 몰리면서 의료기관과 행정 현장에서 혼선이나 병목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계와 행정기관, 환자단체 차원에서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현재 원고를 작성중인) 6월중순에 일선 지방자치단체 홍보 및 담당공무원 교육을 진행중이라 합니다. 아마도 내분비내과 진료기관에서는 홍보팜플렛을 배송받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주민센터에서 장애인부문은 그 업무비중이 작아 잘 모를 가능성이 높고, 2026년 7월1일부터 발급한 진단서만이 인정을 받습니다. 따라서 최초 관문인 진단서 작성을 맡을 내분비내과 분과전문의들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생각합니다. 우리 학회에서 논의 후 회원 대상 전파와 홍보를 빠르게 시행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편, 한국췌장장애인협회로 경증/중증 진단기준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또한 대형병원 내분비내과가 없는 지역 환자들의 접근성과 전원의 어려움에 대한 민원이 접수되고 있어 복지부 장애인정책과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올해 6개월간 시행해보고, 내년에 개선방안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입니다.

  • 또 장애인 등록으로 인한 일반적인 혜택과는 별개로, ‘췌장장애인’이라는 특성을 반영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특히 인슐린 펌프, 연속혈당측정기(CGM), 환자 교육 등 치료와 직결된 부분에서 앞으로 어떤 보완이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질의내용의 목소리와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간 우리 학회와 KDA에서는 ‘선구매후 요양급여지원 환급신청’ 방식을 ‘보험급여 원내청구’로의 전환, 시장가격에 근접한 지원액 현실화, 환자본인부담금을 산정특례수준으로 낮춰줄 것 등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습니다. 여기에 췌장장애인을 교육, 진료하는 것에 대한 합당한 보상도 같이 이뤄져야 함을 요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학회 외부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자 및 정책단체와 우호적 관계로서 상호 지원하는 분위기가 (리더쉽 교체에 상관없이) 지속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 이제 곧 ‘췌장장애 진단 및 등록’ 제도가 시작되는데요. 췌장장애 진단을 받게 될 환자분들, 이를 진료하게 될 의료진,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어렵게 획득한 성과인만큼 연착륙할 수 있도록 우리 학회 회원께서 관심을 갖고 규정을 한 번 읽어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환자와 보호자분들은 불만이 있더라도 일선 창구 역할을 하게 될 의료기관이나 주민센터에서 큰 소리 내지 말고 정부 담당부서인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에 의견을 내주시기 바랍니다.

    췌장장애가 널리 알려지는 과정에서, 통상적 관리로 일상생활은 물론 업무에 지장이 없을 당뇨인에게 후진적 인식과 편견으로 차별적 언행을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 췌장장애 환자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겪어온 어려움, 그리고 의료진이 진료 현장에서 체감해온 현실과 제도 사이의 간극이 결국 정책을 움직이는 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제도가 단순한 행정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꼭 필요한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으로 자리 잡아 췌장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연대의 단초가 되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이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도 듣고 싶습니다.

    질의 내용에 매우 공감합니다. 전문지식과 권위를 인정받는 우리 학회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술활동의 궁극적 목적이 환자들의 고통과 어려움 해결이라 한다면 학회 역량의 일부를 할애하는 관심과 의지를 기대합니다.

  • 마지막으로 조금 개인적인 질문도 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전 군사정권 시절 대학생활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의 부드러운 인상만으로는 잘 상상이 되지 않는데요. 당시에는 사회의 부조리와 불평등을 바꾸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한 20대를 보내셨다고 들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386세대 운동권’으로 살아오셨던 시간이 현재의 삶과 의료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젠 마음 한구석에 숨어버린 의식이 일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기에 외쳤던 말의 백분의 일이라도 삶 속에서 실천하고 있냐고 자문할 때 과거의 치열함은 부끄러움으로 바뀝니다.

  • 또 60대를 넘어가면서도 사회적 약자나 취약계층의 어려움에 무감각해지지 않기 위해, 선생님께서 스스로 지켜오고 계신 마음가짐이나 삶의 원칙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학회 회원들의 학술활동도 결국 췌장장애인 같은 취약계층에 도움을 주는 이타적 활동이 될수있다 생각합니다. 저는 그와같은 역량이 부족하기에 임상진료 현장에서라도 열심해 하려 했습니다. 병원과 학회가 아닌 외부단체 활동에 참여하거나 기부를 하는 것도 실천의 일환인 셈입니다. 당장 실감할 수 없더라도 개인의 소소한 노력들이 큰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임상연구와 가이드라인을 믿고 몇 십년 뒤의 보다 나은 예후를 기대하며 환자에게 처방하듯 말이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