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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zine No.48 | 제19권 2호 <통권72호>
2026년 여름호 대한내분비학회 웹진Webzine No.48 | 제19권 2호 <통권72호>
2026년 여름호 대한내분비학회 웹진
조혜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임상강사
2026년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ADA) Scientific Sessions가 6월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New Orleans)에서 개최되었다. 올해 6월부터 내분비내과 임상강사로 근무를 시작한 시점에 세계 최대 규모의 당뇨병 학술대회에 참석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더욱 뜻깊은 경험이었다. ADA는 당뇨병, 비만,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대사질환 분야의 최신 연구 결과와 치료 전략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학회로, 전 세계의 연구자와 의료진들이 모여 활발한 토론을 이어가는 현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ADA ERP Symposium을 비롯한 여러 교육 세션에서는 ERP(Educational Recognition Program), DSMES(Diabetes Self-Management Education and Support), 그리고 MNT(Medical Nutrition Therapy)의 중요성이 반복적으로 언급되었다. 특히 HEALTH CARE & EDUCATION AWARE Award를 수상한 Chantal Mathieu 교수는 당뇨병 치료의 성공은 결국 환자 스스로의 행동 변화에 달려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였다. 강연 중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실제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6~8회의 교육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내의 짧은 외래 진료 환경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목표이지만, 약물치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환자 교육이 당뇨병 치료의 핵심 축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영양치료 역시 중요한 주제였다. 과거에는 특정 식이요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환자의 문화적 배경, 생활 습관, 경제적 여건, 동반질환 등을 고려한 individualized nutrition care가 강조되고 있었다.
비만과 당뇨병 치료 분야에서는 역시 incretin 기반 치료제가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ADA에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단일 호르몬을 표적으로 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여러 대사 경로를 동시에 조절하는 multi-hormonal therapy 시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GLP-1, GIP, glucagon receptor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triple agonist인 retatrutide는 체중 감소와 대사 개선 효과를 바탕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GLP-1/glucagon dual agonist인 survodutide 연구에서는 비만뿐 아니라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MASLD) 및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MASH) 영역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비만 치료제가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지방간 질환 치료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Amylin 기반 치료제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았다. 특히 semaglutide와 cagrilintide를 결합한 CagriSema 연구는 여러 세션에서 언급되었으며, 기존 incretin 치료제보다 더욱 강력한 체중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소개되었다. 학회장 곳곳에서 “Beyond GLP-1”이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할 정도로, 차세대 비만 치료제 개발 경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VESPER-1, 2, 3 연구에서는 초장기 지속형 GLP-1 수용체 작용제인 berobenatide가 소개되었다. 특히 VESPER-3 연구에서는 주 1회 투여에서 월 1회 투여로 전환한 이후에도 체중 감소가 지속되는 결과가 보고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향후 투약 편의성과 치료 순응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VISTA와 SOLSTICE 연구에서는 경구용 소분자 GLP-1 수용체 작용제인 elecoglipron이 소개되었다. VISTA 연구에서는 비만 및 과체중 환자에서 유의한 체중 감소 효과가 확인되었으며, SOLSTICE 연구에서는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 강력한 혈당 강하 효과를 보여주었다. 주사제가 아닌 경구용 incretin 치료제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으며, 향후 비만 및 당뇨병 치료 옵션이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되었다.
대사질환과 간질환의 연계성 역시 주요 관심사였다. 특히 non-cirrhotic MASH with moderate-to-advanced fibrosis 환자에서 사용 가능한 최초의 치료제인 resmetirom(Rezdiffra®)이 소개되었는데, 간질환 역시 내분비·대사질환의 연장선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최근의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되었다.
올해 Banting Medal for Scientific Achievement는 일본의 Takashi Kadowaki 교수에게 수여되었다. Kadowaki 교수는 인슐린 저항성의 분자생물학적 기전 연구와 adiponectin 및 adiponectin receptor에 대한 선구적인 연구를 통해 제2형당뇨병의 병태생리 이해에 크게 기여한 연구자이다. 강연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연구 과정에서 마주치는 예상과 다른 결과를 단순한 실패로 받아들이지 말고 새로운 발견의 출발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예상치 못한 관찰이 중요한 발견으로 이어졌던 여러 연구 경험을 소개하며 젊은 연구자들에게 연구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였다.
전시 부스에서는 다양한 신약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Abbott의 Libre 3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작은 크기와 향상된 사용 편의성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향후 ketone monitoring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라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는데,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활용된다면 혈당 관리뿐 아니라 당뇨병성 케톤산증(DKA)의 위험을 조기에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국내 도입 역시 예정되어 있어 앞으로의 변화를 기대하게 되었다.
이번 ADA에서는 개인적으로는 CKM(Cardiovascular-Kidney-Metabolic) continuum와 근력운동 관련 연구를 포스터로 발표할 기회도 있었다. 발표 과정에서 세계적인 당뇨병 전문가 Guillermo Umpierrez 교수가 직접 포스터를 방문하여 질문을 하는 뜻밖의 경험을 하기도 하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연구 결과를 설명하고 토론하는 과정은 매우 긴장되면서도 뜻깊은 경험이었으며, 앞으로 더욱 좋은 연구를 수행하고 싶다는 동기를 얻을 수 있었다.
뉴올리언스는 독특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거리 곳곳에서 들려오는 재즈 음악이 인상적인 도시였다. 학회장에서 접한 최신 연구의 열기와 도시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어우러져 오래 기억에 남을 경험이 되었다. 내분비내과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참석한 첫 ADA였기에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내용도 많았고 더 공부해야 할 부분도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동시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야 할지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음 ADA에 다시 참석하게 된다면 보다 깊이 있는 시각으로 연구를 이해하고 토론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그때까지 임상과 연구 모두에서 꾸준히 성장해 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