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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zine No.48 | 제19권 2호 <통권72호>
2026년 여름호 대한내분비학회 웹진Webzine No.48 | 제19권 2호 <통권72호>
2026년 여름호 대한내분비학회 웹진
김나현 서울아산병원 내과
학술대회명: 24th European Congress of Internal Medicine
일시 및 장소: 2026년 3월 25일~28일, 오스트리아 빈 (Vienna)
2023년 내과학회 추계학술대회 우수 증례 발표대회에서 선정되어, 대한내분비학회의 지원을 받아 유럽 내과학회 연맹(EFIM)이 주최하는 유럽 최대 규모의 내과학 학술대회인 ECIM 2026에 참석하게 되었다. 역사적인 비엔나 호프부르크 왕궁 내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이번 학회는 고전적인 분위기와 최첨단 의학 지견이 어우러져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2년의 기다림 끝에 참석하게 된 만큼, 유럽 내과학의 흐름을 파악하고 미래 의료의 방향성을 고찰하는 데 집중하였다. 이렇게 규모가 큰 유럽 내과학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대한내과학회 및 대한내분비학회에 매우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여러 강연에 참석하였다.
아래는 인상 깊게 들었던 강연들을 요약해두었다.
인공지능이 의료현장에 적극 도입되는 시점에서, 미래 병원의 모습과 그 안에서 내과 의사가 수행해야 할 역할에 관한 강연을 들었다.
미래의 병원은 단순한 치료 공간을 넘어 데이터 중심의 의료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과 의사는 질병 치료자를 넘어 AI와 빅데이터가 생성하는 방대한 정보를 환자의 개별적인 맥락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최종 의사 결정권자가 되어야 함이 강조되었다. 유럽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원격의료가 활성화되어 있어,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입원 환자뿐만 아니라 재택 치료 환자까지 내과 의사의 관리 영역이 확장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복합 만성질환자의 증가로 인해 분절된 여러 전문과 간의 소통 및 조율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내과 의사의 통합적 시각이 미래 병원 운영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강연에서는 AI의 한계점 및 주의 사항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의료 데이터는 환자 개개인에 따라 복잡한 맥락을 가지지만 AI는 단지 빈도가 높은 패턴에 따라 답변을 구성하여 여전히 hallucination을 보일 때가 많다. 그리고 AI는 매우 단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말투를 사용해서 AI의 답변이 완벽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무비판적인 수용을 유도하는 위험 요소가 된다.
AI는 전문가가 아니고 사고를 확장해 주는 도구일 뿐임을 강조하면서, 그 결과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AI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미래 병원에서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가에게 먼저 묻고, 스스로 학습하며 기술을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능력임을 강조하였다. AI에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 스스로가 그 질문에 대한 전문가여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또한 AI 등의 기술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아날로그적 전문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역량이라고도 하였다. 미래 의료는 기술과 임상의학을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 두 가지를 비판적으로 통합하여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의사를 요구한다. 지속 가능한 의료시스템을 위해서는 내과 의사들이 기술을 효율적으로 수용하되 의료의 질을 담보하는 게이트키퍼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하였다.
내과 전문의가 중심이 되는 ACCM(Acute Complex Care Model)에 대해서도 논의되었다. 이 모델의 핵심은 내과 전문의가 케어 코디네이터로서 과별 전문의, 간호사, 사회복지팀을 조율하여 환자 개개인의 임상적 이득과 위험을 총괄 관리하는 것이다. 병원 운영 면에서는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병동 구역을 세분화하여 효율성을 높이고, 실시간 데이터 공유 시스템에 통합하여 진료의 질을 유지한다. 특히 원격 의료를 디지털 브리지로 활용하여, 병원 내 치료가 지역사회와 이어지도록 확장하여 진료의 연속성을 확보한다.
또한 최근 의료계의 가장 큰 화두인 AI와 의사의 협업을 다른 Human-in-the-Loop 개념도 흥미로웠다. 기계와 내과 의사가 각자 잘하는 분야가 나뉘어 있고, 이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는 개념이다. AI는 빅데이터 처리, 환자 상태의 지속적 모니터링,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하고 서류 작업 및 행정 업무의 기초 작업을 수행하는 데 탁월하다. 반면, 내과 전문의는 환자의 개별적인 상황과 병력을 종합하여 정교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최종 판단자 역할을 한다. 또한 환자와의 정서적 교감을 바탕으로 한 공감 및 신체검진은 진료의 핵심이 된다. 그리고 여러 질병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진단과 치료 방향이 불분명한 경우 이에 대해 임상적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위험과 이득을 조율하는 것은 오직 의사의 통찰력으로만 가능하다. 윤리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 또한 내과 의사의 장점이다. 결론적으로 AI는 내과적 전문성을 증폭시키는 도구일 뿐 의사를 대체할 수는 없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이 세션은 ACP(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 미국 내과학회)와 EFIM(European Federation of Internal Medicine, 유럽 내과학회연맹)의 공동주최로 마련되었으며 미국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각국 임상 현장에서의 AI 활용 현황과 미래 전략을 공유하였다.
1. 프랑스 AP-HP의 Health Data Warehouse 와 EHR 활용전략프랑스 최대 병원 연합인 AP-HP의 보건 의료 데이터 웨어하우스 책임자인 Geradin 박사는 방대한 전자의무기록(EHR)을 어떻게 관리하고 임상 현장에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발표하였다. 핵심은 개별 환자에게 누적된 수백 건의 정형화되지 않은 문서를 AI가 신속하게 분석하여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특히 응급 상황이나 야간 당직 시 의사가 환자의 복잡한 병력을 단시간에 파악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HR 자동 요약 챗봇 시스템을 도입하여 사용 중이라고 한다. 이 시스템은 단순 요약을 넘어 질의응답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답변의 근거가 된 원본 문서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추고 있었다. 현재는 AI 요약의 안전성 검증을 위해 임상의가 직접 작성한 요약본과의 비교 유효성 평가가 진행 중이라고 하며, 데이터 보호를 위해 병원 내 자체 서버 인프라를 구축한 점이 놀라웠다.
2. 생성형 AI의 임상적 유용성과 한계프린스턴대와 와튼스쿨 출신의 내과 전문의로서 미국 내 12개 병원 시스템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Whitfill 박사는 생성형 AI가 의료진의 업무 부하를 줄이고 환자 경험을 개선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였다.
AI가 생성한 환자 응대 메시지는 실제 의사보다 높은 공감 수치와 친절도를 보여서 환자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졌다. 또한 진료실 대화를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엠비언트(Ambient) 기술을 통해 의사가 모니터가 아닌 환자의 눈을 맞추며 진료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미국의 경우 의사를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기까지 수 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대기시간 중에 AI 챗봇(Therabot)을 통해 상담하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불안 지수를 유의미하게 낮추는 결과를 보여 환자의 치료에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다만, AI의 임상적 판단에 있어서는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였다. AI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높은 정확도를 보이나, 매우 낮거나 반대로 매우 위급한 극단적 케이스에서는 잘못된 분류를 내리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또한 AI가 사실이 아닌 정보를 확신에 찬 어조로 제공하는 환각 현상은 의료 안전에 치명적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AI 도입은 성급한 대체가 아닌, 과학적 방법론에 기반한 철저한 임상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술과 인본주의적 진료 사이의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내과 의사의 비판적 검토 능력은 필수적임을 강조하였다.
두 번째 연자가 5년 전에 AI가 등장할 당시 영상의학과 의사가 2026년 도면 소멸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으나 현재 영상의학과 의사가 소멸되지 않고 오히려 임상현장에서 AI를 활용하고 있음을 이야기하며, 내과 의사는 대체되기보다는 결국 AI를 활용하고 종합판단을 내리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내분비계 응급 질환에 대한 세션이 있었고, thyroid storm, myxedema coma, adrenal crisis, DKA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첫째, Thyroid storm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악화되어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진행되는 응급 상황이다. 우선적으로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투여하여 T4가 활성형인 T3로 전환되는 과정을 억제해야 하며, 이는 동반될 수 있는 adrenal insufficiency를 보완하는 역할도 한다. 이와 함께 고용량 항갑상선제를 투여하여 호르몬 합성을 방해하고, 루골 용액을 해 호르몬의 방출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Wolff-Chaikoff 효과를 유도해야 한다. 약물 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위중한 경우에는 혈장 교환술을 통해 혈중 호르몬을 강제로 제거하거나, 외과적 절제술을 조기에 고려해야 한다.
둘째, 점액수종 혼수(Myxedema Coma)는 주로 고령 여성에게서 발생하며 환자는 심한 저체온증, 서맥, 의식 저하를 보이며 심정지에 이를 수 있다. 이 상태에서는 위장관의 흡수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있으므로, 갑상선 호르몬 보충은 반드시 정맥 주사(IV)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Myxedema coma 발생 시 ileus 때문에 경구 T4 제제는 흡수율이 매우 떨어진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iv 제제가 없어서 L tube로 T4 제제를 공급해야 한다.
또한, 갑상선 호르몬 투여 시 대사율이 갑자기 상승하면서 상대적인 부신 부전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스테로이드를 반드시 병행 투여해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는 저혈당 및 전해질 불균형 교정을 위한 수액 요법과 인공호흡기 등의 집중적인 중환자 케어가 동반되어야 한다.
셋째, adrenal crisis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코티솔이 급격히 결핍되어 발생하는 상태로, 일차성 부신 부전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스테로이드 사용 중단 후 스트레스 상황(감염, 수술 등)에 노출될 때 빈번히 발생한다. 코티솔 결핍은 면역 세포의 비정상적인 활성화를 유발하여 전신 염증 반응과 발열을 일으키며, 혈관 수축력 저하로 인한 치명적인 저혈압과 쇼크를 초래한다. 치료의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어떤 종류의 스테로이드든 즉시 고용량으로 투여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하이드로코티솔 100mg 정맥 투여 후 24시간 동안 지속적인 보충이 권장된다. 예방 측면에서는 환자가 신체적 스트레스를 겪을 때 평소 복용량의 2~3배를 증량하는 Sick Day Rule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내분비 응급 질환은 비특이적인 임상 양상으로 시작되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 따라서 명확한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임상적 의심만으로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정맥용 호르몬 투여를 주저하지 않는 적극적인 대처가 환자의 예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다.
최근 HIV 예방약이 기존 경구 제제에서 장기 지속형 주사제 (Long-acting injectables)로 전환되고 있다. 경구용 PrEP(Pre-Exposure Prophylaxis) 제제의 예방효과는 매일 복용해야 하는 문제점 때문에 임상시험 대비 real world data에서 더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단점을 극복한 장기 지속형 주사제(Cabotegravir)는 약 99% 이상의 높은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 초기에는 4주 간격으로 주사를 맞고 이후부터는 8주마다 주사를 맞게 된다. 단 주사 부위 통증이나 결절 발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는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정도이다. 실제 클리닉 데이터 분석 시, 통증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고 회차가 거듭될수록 환자의 적응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주사 시기를 놓칠 경우 바이러스 내성 변이가 발생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의료진의 엄격한 관리 및 환자 교육이 필수적이다. 장기 지속형 제제가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승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부 국가에는 보급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AI 세션을 통해 AI 기술이 급격히 도입되는 의료 현장에서 내과 의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고찰할 수 있었다. 최근 AI가 임상 진료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두되면서, 상대적으로 술기 비중이 낮은 내분비내과를 세부 전공으로 선택하는 것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과 회의감을 느껴왔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방대한 의학 지식을 즉각적으로 제공하는 AI 앞에서 지식 습득 위주의 전통적인 학습 방식이 유효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세션을 듣고 나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AI가 제시하는 정보의 오류를 찾아내고, 이를 개별 환자의 특수한 맥락에 맞춰 최종 결정을 내리는 주체는 결국 의사이다. 질문을 던지는 사람의 수준이 AI 답변의 질을 결정한다는 점을 상기할 때, 끊임없는 학습과 깊이 있는 의학적 전문성 확보는 AI 시대에 오히려 더욱 강력한 필수 역량이 됨을 깨달았다. 또한 AI와 의사를 대립 구도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의료 현장 전반의 변화를 수용하고 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는 의사가 되는 것이 미래 의료의 핵심임을 확인하였다.
결론적으로는, 내가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 AI 기술을 도구 삼아 환자에게 최선의 이득을 제공하는 것이 미래 내과 의사의 사명임을 재확인하였다. 이번 ECIM 2026 참가는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급변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흔들림 없는 진료 철학을 세우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