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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zine No.48 | 제19권 2호 <통권72호>
2026년 여름호 대한내분비학회 웹진Webzine No.48 | 제19권 2호 <통권72호>
2026년 여름호 대한내분비학회 웹진
위진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2026년 5월 12일부터 15일까지 제33차 유럽비만학회(European Congress on Obesity, ECO 2026)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개최되었다. 4,500명이 넘는 참가자가 모인 이번 학회는 매우 큰 규모의 국제학술대회로 치러졌고 한국에서도 많은 수의 연구자가 참여하여 최근 가장 뜨거운 학술주제인 ‘비만’에 대한 위상과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학회의 핵심 메시지는 비만은 만성·이질적(heterogeneous) 질환이며 지속적이고 개별화된 치료가 필요한 대상이라는 점이었다. 전 세계 비만 부담의 지속적인 증가가 공중보건의 커다란 위협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되었다. 전체적인 학회 프로그램은 기초, 중개, 임상 과학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비만의학의 전 스펙트럼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특히 인크레틴 기반 약물의 빠른 발전과 경구 제형의 등장이 가장 뜨거운 화두였다. 이 글에서는 가장 인상 깊었던 세 세션을 골라 소개하고자 한다.
중증 심장질환을 진료하는 심장내과 교수로서 가장 임상적으로 와닿았던 것은 유럽심장학회(ESC)와의 조인트세션이었다. 세션의 세부강의 주제들은 ‘비만은 질환인가 → 어떤 합병증을 일으키나 → 생활습관•수술로 결과를 바꿀 수 있나 → 약물로 바꿀 수 있나’라는 하나의 논리적 흐름을 이루었다. 첫 강의는 ‘globesity’ 팬데믹을 해부하며 비만을 BMI 수치가 아니라 지방조직의 기능 이상으로 건강을 해치는 만성질환으로 보는 관점에서 출발했다. 다음 강의에서는 비만의 심혈관 합병증을 정리하며 죽상경화(동맥경화)보다 심부전, 심방세동, 대동맥판막 협착 같은 비죽상경화성 결과와 약 2–3배 더 강하게 연관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약물 체중감량의 근거 역시 다루어졌다. 강도 높은 생활습관 중재는 2형 당뇨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 사건을 유의하게 줄이지 못했던 반면, 대사수술은 관찰연구에서 심혈관 사건 및 사망 감소와의 연관성을 입증하여 어떠한 감량 수단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최종 outcome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는 약물을 통한 체중 감량의 심혈관 결과를 다루었는데 Semaglutide가 기존 심혈관질환이 있는 비당뇨 비만에서 주요 심혈관 사건을 약 20% 줄였고 그 이득이 박출률보존 심부전(HFpEF)과 신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정리했다. 비만 약물치료는 이제 단순한 체중 감소를 넘어 심혈관, 신장 등 다장기의 hard outcome을 바꾸는 방향으로 근거가 쌓이고 있으며, 다음 과제는 심방세동, 대동맥판막 협착처럼 아직 시험되지 않은 영역으로의 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초/중개 분야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이 세션이었다. Rockefeller University의 Paul Cohen은 갈색지방(brown fat)의 역할을 다루었다. 비만이 과잉 백색지방으로 정의되고 관련 질환에 기여하는 반면, 포유류에는 화학에너지를 열로 전환하는 갈색지방이 존재한다. 오랫동안 인간 생리에서 그 역할이 제한적이라 여겨졌으나 대규모 환자 코호트에서 갈색지방은 유의한 대사•심혈관 건강 이득과의 연관성이 확인되었다. 인간 생물학 중심으로 고유 코호트와 새 영상•생화학 기법을 활용해 갈색지방의 pleiotropic 효과를 시스템 관점에서 보여주었다.
이어지는 강연에서는 체중 감량 중 백색지방의 동적 리모델링이 단일세포 해상도로 제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지방조직은 지방세포뿐 아니라 혈관세포, 면역세포, 지방 기질/전구세포로 구성된 복잡한 장기인데, 대사수술 후 가장 극적인 변화는 약 1개월 시점에 집중되었다. 시간이 지나며 혈관화가 증가했고, 수술 직후 대식세포가 급증했다가 점차 감소했다. 특히 노화, 스트레스를 받은 지방세포의 사멸과 젊고 건강한 지방세포의 신생이 동시에 일어나는 ‘지방세포 교체’와 수술 후 신생지방생성이 탈억제되는 기전이 인상적이었다.
두 강연은 ‘체중 감량의 이득이 단순히 줄어든 무게가 아니라 지방조직의 질과 가소성(plasticity) 변화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공유했다.
Plenary lecture 중에서는 유전체와 인공지능을 잇는 이 강연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전 세계 환자 유전체 데이터가 폭증했지만 기존 변이 해석 도구는 대개 ‘병원성 여부’라는 이분법에 머문다. Yuval Itan 교수는 변이의 구체적 기능적 결과까지 예측하는 일련의 머신러닝 모델들을 제시했다. LoGoFunc는 병원성 기능획득(gain-of-function), 기능상실(loss-of-function), 중립 변이를 유전체 전반에서 분류하고, V2P(Variant-to-Phenotype)는 변이가 유발할 질환 표현형까지 예측한다. 나아가 네트워크 기반 이질성 클러스터링(NHC)으로 소•중규모의 이질적 코호트를 분석하고 여러 바이오뱅크를 가로지르는 Phenome-Wide Association Study(PheWAS)로 집단 특이적•공유 표현형 연관까지 추정한다. 단일유전자 비만, MODY를 비롯한 단일유전자 당뇨, 그 밖의 희귀 내분비질환에서 의미불명변이(VUS)를 재분류하고 변이의 기능 방향까지 추정함으로써, 향후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를 임상적으로 해석하는 도구가 빠르게 성숙하고 있음을 실감한 강연이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ECO 2026은 비만을 정의, 기전, 치료, 결과의 전 스펙트럼에서 통합적으로 바라보게 해준 자리였다. 비만의학이 단순 체중감량을 넘어 대사, 심혈관, 신장 결과로 확장되는 임상적 흐름과 그 배경에 놓인 지방조직 생물학, 유전체 과학의 진전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값진 학회 참석이었다. 또한 이번 경험을 통해 심장대사증후군학회 학술이사로서 비만을 비롯한 다학제적 학술 프로그램 기획에도 깊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학회 일정 사이사이 마주한 이스탄불의 켜켜이 쌓인 역사와 수천 년 세월의 결이 담긴 정취 역시 오래도록 깊은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