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bzine No.45 | 제18권 3호 <통권69호>
2025년 가을호 대한내분비학회 웹진Webzine No.45 | 제18권 3호 <통권69호>
2025년 가을호 대한내분비학회 웹진문정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작년 8월부터 내분비내과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감사하게도 그동안 연구한 결과를 가지고 7월 12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ENDO 2025에 참석하게 되었다. 난생 처음 쓴 논문을 가지고 간 첫 해외 학회였고, 더군다나 처음으로 홀로 떠난 여행이기도 했다. 작은 것까지 아주 생생하게 기억되는 이번 학회 참석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가로 길이 2미터가 넘는 부직포 포스터를 18등분해서 캐리어에 고이 접어 넣을 때만 해도 이 정도 규모의 학회일지 상상을 못했었다. 솔직한 첫날의 소감은 ‘아니, 세상에 endocrinologist 들이 이렇게 많다니?’ 였다. 아침 이른 시간에도 줄 서서 name badge 를 받고 입장하는 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대기 줄에는 정말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저마다 상기된 표정으로 더러는 포스터를 말아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Expo 전시장 부스의 규모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접수된 초록 수가 2500편, 세션만 200개가 넘는다고 하니 나는 그 규모에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임상연구 뿐만 아니라 기초연구도 학회의 큰 축을 이루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소아과와 산부인과 영역에 해당하는 소아내분비 및 생식내분비 분야가 이 학회에서는 폭넓게 다루어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제목만 읽어도 재미있어 보이는 세션이 많아서 무얼 들을지 고르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다들 별것 아니라고 하는 포스터 발표도 막상 영어로 해야 한다고 하니 무척이나 떨렸다. 게다가 highlight tour 중 하나로 선정되어 judge 가 따로 질문을 던진다고 하여서, 발표 당일에는 밥이 잘 넘어가지 않을 지경이었다. 내 옆에는 콜롬비아에서 온 Gustavo 라는 이름의 연구자가 콜롬비아의 Lp(a) 관련한 인구학적 특징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영국 NHS 에서 진료 중이라는 발표자가 paclitaxel 항암치료 후 생긴 severe hypertriglyceridemia 케이스를 발표하고 있었다. 발표가 끝나고 나니, 역시나 다른 사람들 말대로 별것 아니었는데 괜히 긴장을 했나 싶었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똑같이 떨렸을 것 같다. 그래도 다음에 또 발표할 기회가 생긴다면 조금 더 당당하게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첫 해외 학회라는 설렘과 호기심에, ‘International Attendee Welcome Reception’ 과 ‘5km Fun Run’ 이라는 프로그램에 신청해보았다. 내가 해외 학회에 처음 참석하는 것이라고 하면 다들 반겨주는 분위기였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호기심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신기했다. 나처럼 내과 전공의 과정을 밟고 있는 또래 미국인을 만나, 정신없이 흘러가는 전공의 생활에 대해 공감대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참 반가운 경험으로 기억에 남는다. 학회라는 곳이 단지 공부하고 배우는 곳만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어울리는 곳이기도 하구나, 하고 느끼게 해준 자리였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렇기에 이번 해외 학회 경험은 내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이번 학회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진지하게 눈을 빛내며 자신의 관심 분야와 연구 주제에 대해 설명하던 내 또래 연구자들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내분비라는 분야가 참 넓고 재미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나도 앞으로 더욱 진지하게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런 소중한 경험의 기회를 허락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