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bzine No.45 | 제18권 3호 <통권69호>
2025년 가을호 대한내분비학회 웹진Webzine No.45 | 제18권 3호 <통권69호>
2025년 가을호 대한내분비학회 웹진허지혜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내분비내과
2025년 6월 20일부터 23일까지,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85th Scientific Sessions 이 미국 시카고 McCormick Place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학회는 개인적으로 6년 만에 참석하는 해외 학회였고, 펠로우 시절 처음으로 참가했던 해외 학회 역시 시카고에서 열린 ADA였기에 그때의 좋은 기억이 떠올라 다시 이곳을 찾는 감회가 더욱 새로웠다. 오랜만의 설렘 속에 학회장에 들어섰다.
늘 그렇듯 이번 미국당뇨병학회에서도 주목할 만한 신약들의 최신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되었고, 각 세션의 연자 발표가 끝나자마자 세계 각국에서 온 연구자들이 청중석에서 활발히 토론을 이어가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가장 흥미롭게 들었던 세션 중 하나는 activin type II receptor-targeted antibody인 bimagrumab의 2상 임상시험(BELIEVE trial) 결과였다. 최근 비만 치료제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semaglutide와의 병용에서, 더욱 강력한 체중 감량과 함께 근육량 증가 효과까지 확인되어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bimagrumab 단독 투여군에서 LDL 콜레스테롤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관찰되었는데, 이와 관련해 여러 연구자들이 활발히 토론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다음으로 주목한 발표는 비펩타이드(non-peptide) GLP-1 RA인 orforglipron의 3상 임상연구(ACHIEVE-1 trial) 결과였다. 이 연구에서 orforglipron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기존 경구 GLP-1 RA 제제인 semaglutide와 유사한 혈당 조절 및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Orforglipron은 비펩타이드 구조로, 음식이나 물 섭취와 무관하게 복용할 수 있고 약물 안정성도 우수해 환자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끌었다.
학회 마지막날에 소개된 GLP-1RA와 GIP antagonist를 결합한 펩타이드-항체 접합체 MariTide의 2상 연구 결과 역시 아주 흥미로웠다. MariTide는 월 1회 투여만로도, 기존 GLP-1RA대비 우수한 체중감소효과 (비당뇨 비만환자: 체중-12%~-16%, 2형당뇨병 동반 비만환자: 체중 -8%~-12%) 를 보였으며, 혈당강하효과 (HbA1c -1.2~-1.6%)와 더불어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의 개선까지 확인되었다. 4일간의 학회 일정에서 이처럼 많은 세션에서 GLP-1RA 제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만큼 비만 및 당뇨병 치료 시장에서 이 약제들의 영향력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내년 학회에서는 또 어떤 놀라운 결과들이 발표될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학회 마지막 날 미국당뇨병학회 최고 영예인 Banting Medal 수여가 있었는데 올해의 수상자는 Steven E. Kahn 교수님이었다. 교수님은 2형 당뇨병의 발생과 진행에서 췌장 베타세포 기능 저하 및 수 감소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며, 특히 isle amyloid deposit이 주요 병리기전으로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아 이 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진정한 학자로서 긴 호흡을 가지고 본인만의 연구 여정을 이어 나가는 자세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번 2025 ADA는 기초부터 임상에 이르기까지 당뇨병 연구의 최전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였으며, 개인적으로도 큰 학문적 영감을 얻은 뜻깊은 경험이었다. 학회 일정 사이사이에는 시카고의 아름다운 건축물과 강을 거닐며, 현지 명물인 딥디쉬 피자를 맛보는 즐거움도 함께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