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bzine No.44 | 제18권 2호 <통권68호>
2025년 여름호 대한내분비학회 웹진Webzine No.44 | 제18권 2호 <통권68호>
2025년 여름호 대한내분비학회 웹진이나미 아주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작년 봄부터 뜻하지 않은 일로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1년이 흘렀고, 일탈을 꿈꾸던 차에 2025년 6월 5일부터 3일간 일본 치바(Chiba)현에서 개최된 ‘JES 2025 (98th Annual Congress of the Japan Endocrine Society’에 참석하면서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연구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이번 학회는 호르몬과 대사 질환, 그리고 이를 둘러싼 유전적‧환경적 요인을 주제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기초 연구와 임상 현장의 교차점에서 환자 맞춤형 치료(patient-tailored treatment)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였다.
Steve Horvath 박사는 “The Role of Hormones in Epigenetic Aging: Insights from Animal Models and Human Studies”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성장호르몬(GH) 신호가 epigenetic clock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한 동물모델과 인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명하였다. GH가 결핍된 dwarf mouse 모델에서 관찰된 생물학적 노화 속도 지연은 성장과 epigenetic stability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시사하였고, 여성의 조기 폐경이나 PTSD와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호르몬 변화가 epigenetic aging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조명하였다.
비만 및 대사질환 세션 중에서는 임수 교수의 “Implication of New Definition of Clinical and Preclinical Obesity in Asians” 발표가 인상 깊었다. 기존의 BMI 중심 진단법이 체지방 분포나 대사 건강 상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clinical obesity’와 ‘preclinical obesity’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였다. 이 새로운 정의에 따르면, 체중뿐 아니라 심혈관, 호흡기, 근골격계, 신장, 간 등의 장기 기능 저하나 일상생활의 제한 중 최소 한 가지 이상이 동반될 경우 ‘임상적 비만(clinical obesity)’으로 진단한다. 이는 아시아인의 체형 및 대사 특성에 기반한 보다 정밀한 진단 기준으로, 향후 공중보건 전략 및 보험 정책의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학회에서는 일본 내분비학회가 의료진의 다양성에도 주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별, 인종, 연령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의료인의 연구 참여를 장려하며, 특히 여성 내분비 전문의들이 가정과 연구, 임상 업무를 조화롭게 수행하며 전문가로서의 성취를 이뤄낸 사례들이 공유되었다. 이는 일본 내분비학계가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도였다.
이번 ‘JES 2025’는 내분비학 각 분야에서의 최신 연구 동향과 임상적 진보를 조망할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아시아인의 특성에 맞춘 비만 진단 체계 재정립과 의료진 다양성 확대를 위한 논의는 앞으로 내분비학계가 더욱 환자 중심적이고 통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또한, 그동안 내수 중심의 교육 위주 학회였던 일본 내분비학회가 SICEM을 벤치마킹하여 English session을 확장하고, 해외 전문가와의 학문적 교류를 확대하려는 변화의 움직임도 인상 깊었다. 이제는 국경과 전공을 뛰어넘는 다학제적 협력과, 연구 및 진료 환경을 뒷받침할 사회적 지원 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