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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이야기 시즌2"
나는 봄에는 조금 특별한 맥주를 마신다.

윤석기 (천안엔도내과)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이 지나고 우수, 경칩, 밤보다 낮이 길어진다는 절기 춘분, 그리고 하늘이 점점 맑아진다는 청명까지 24절기 중 봄 농사를 준비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이 계절이 오면 꺼내드는 나만의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두보 (AD 712-770)의 춘야희우 (春夜喜雨) 라는 오언율시가 있다. `봄밤에 내리는 기쁜 비`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봄에 어울리는 시구이다. 봄에는 만물이 소생하고 이에 도움을 주는 고마운 비까지 내린다라는, 이 시(詩)와 함께하는 맥주를 소개하고자 한다.

맥주는 계절을 타는 음료(?)이다. 땀을 뻘뻘 흘리게 되는 여름에는 라거 맥주 이상의 선택지가 없다. 물 대신 시원한 라거를 마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운 겨울에는 체온을 높여줄 만큼 도수가 높고 맛이 진한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즐겨 마셔 왔다. 그런데 기온이 높아지고 햇빛이 많아질수록 '도수가 높고 맛이 진한 맥주'는 부담스러워지기 마련이다. 적당한 비가 내리고 따뜻한 볕이 드는 봄에는 어떤 맥주를 선택할 지 고민이 될 것이다.

봄에는 '세종(Saison)' 맥주를 마시기를 권한다. 상면 발효하는 세종 효모를 이용하여 만든 맥주로 노란색, 밝은 금색 등을 띠며 알코올 도수는 5~7%이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벨기에 남부 왈롱(Wallon)지역의 농가에서 주로 만들던 맥주로 프랑스어 'Saison'은 영어 '시즌(Season, 계절)'과 의미가 같다. 에일의 평균 발효 온도인 섭씨 18~22도를 웃도는 여름철 유럽에서는, 맥주를 저온에 보관하고 발효할 공간이 부족했으며 변질의 위험 때문에 맥주를 만들지 않았다. 여름에 소비하기 위한 세종은 보통 늦겨울이나 봄에 양조하는데, 이 시기 농부들은 여름이나 가을에 비해 농사일이 적은 시기였기 때문에 맥주 양조가 가능했다. 농부들이 양조하던 맥주였기에 영어권 국가에서는 '팜하우스 에일(Farmhouse Ale)', 즉 농가의 에일 맥주라는 표현으로 부르기도 한다. 농주(農酒)라는 면에서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유사한 기원을 가지고 있다.

색상은 노란색, 금색, 밝은 오렌지 색 등을 띠며 어두운 색 맥아는 들어가지 않는다. 따라서 맥아에서 나오는 거칠고 텁텁한 맛이 없고 시럽·꿀 등의 단 맛을 낸다. 맥아가 아닌 벨기에 세종 효모의 발효 맛으로, 특유의 알싸한 향신료 맛과(sSpicy) 감귤류의 새콤함이 있다. 여기에 홉에서 발생한 풀이나 허브의 씁쓸한 향긋함이 곁들여진다. 탄산의 포화는 많은 편이며 입에 닿는 질감과 무게감이 가볍고 산뜻하다. 같은 알코올 도수의 맥주들에 비해 경쾌하고 싱그러운 느낌이 있다.

본래 벨기에 농가에서 마셨던 세종은 농사일 도중 취하지 않기 위해 알코올 도수가 3% 정도 저알코올의 맥주로 라거 못지 않게 가볍게 목을 넘어간다. 이토록 향긋한 세종 맥주를 맛보고 싶다면 상징적이며 전통적인 벨기에 뒤퐁(Dupont)사의 세종 뒤퐁(Saison Dupont)을 권하며, 저자가 단골 맥주펍 방문시 가장 먼저 시작하는 맥주이기도 하다.

세종 뒤퐁을 탄생시킨 리모드리네 양조장은 투르네 동쪽에 위치한 에노 주 토루프 라는 작은 농촌에서 오래전부터 운영해온 중견 규모의 양조 농가다. 1920년에 리모드리네 농장을 뒤퐁 일가에서 인수 후 루이 뒤퐁이라는 농학자가 1945년 사망할 때 까지 운영했고, 후손이 없었던 그는 양조업자였던 조카 실바 로지에에게 농장을 물려 주었고 실바 로지에의 손자인 올리비에 데디케가 현재까지 4대에 걸쳐 옛날부터 전해오는 전통 제조법에 따라 맥주를 만들고 있다.

또 다른 종류로는 생 푀이엔(St. Feuillien)으로 벨기에의 전통 브랜드로 수도원에서 만들어지던 레시피의 맥주들이 근간이지만, 수도원과 연관이 없는 생 푀이엔 세종 등과 같은 맥주도 있다. 특히 홉의 풍미를 더 살리기 위해 발효 전후로 홉을 추가하는 드라이 홉핑(Dry Hopping)이 진행 되었는데 전통적인 벨기에 에일에서는 드문 작업으로 새로운 크래프트 맥주 양조의 기법이 접목된 것이다. 정확히 어떤 품종의 홉으로 진행 했는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노블 홉이 주력이라니 독일이나 체코 쪽의 아로마 홉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백 년이 흐르면서 농주라는 정체성은 사라졌지만, 새 생명이 움트는 계절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봄볕을 맞으며, 때로는 봄비 소리를 들으며 1년의 농사 계획에 따라 열심히 일한 후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마시던 그 시절 그 맥주 맛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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