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내분비학회 소식지

대한내분비학회 홈페이지
모아보기

ENDO 2018

이시훈(가천의대 길병원 내분비내과)

  언제, 어떤 형태로 처음 내분비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모여 학술교류 활동을 시작했는지는 확실하게 모르겠지만, 100번째 미국 내분비학회 연례 학술대회는 올해 3월 시카고에서 개최되었다. 30년을 조금 넘긴 우리 내분비학회와 비교하면 엄청난 역사가 아닐 수 없다. 거꾸로 계산해보면 1919년에 1회 대회가 열린 것인데, 역사책에서 배운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에 고무된 삼일운동이 벌어진 해이다. 시대적 배경을 되짚어 보건대, 그 당시 우리 나라에, 혹은 외국에 있던 교포 중에 내분비학에 대한 약간의 이해라도 있던 분은 거의 없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학문 자체의 시작도 늦었고, 연구 및 진료에 대한 배경이 일천한 어려운 시대에도 우리의 선각자 선배님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우리가 구미(歐美)나 일본의 내분비 학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 지역에 가장 두드러진 학술대회를 열고 있는 데 다시 한번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되새기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한일 월드컵의 열기가 한창이던 2002년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학술대회 이래로 17년 째 참석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 체재 중이던 2년간을 제외하고 15번째 빠짐없이 참석하였고, 시카고에서는 2014년 에 이은 두 번째 학회였다. 늘 6월에 개최하던 것을 수 년 전부터 이러저러한 이유로 4월로 앞당겨 열고 있는데, 올해는 더 당겨서 3월 중순에 열렸다. 미국 당뇨병학회와 연접해 개최하는 것을 참석자의 수가 더 증가하지 않는 한 가지의 이유라고 보고 개최 시기를 당긴 것으로 넘겨 들었는데, 최대한 많은 인원의 참석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여기저기에서 눈에 뜨이고, 각종 매체를 통한 학회 참석을 유도하는 광고성 이메일을 통해서도 그 노력을 감지할 수 있었다. 3월에 학기가 시작되는 우리로서는 그다지 달가운 시도는 아니다. 더군다나 3월의 시카고는 0도에서 2~3도를 오가는 기온에 미시간 호수로부터 불어오는 날카로운 바람에 봄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었고, 추위에 생소하지 않은 많은 국내 참석자들에게도 친절한 날씨는 전혀 아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학회 시작일은 성패트릭데이였다. 패트릭은 아일랜드에 삼위일체의 기독교(구교) 교리를 전파한 성인으로 그 설명을 위해 클로버(토끼풀)을 자주 이용하였다고 하는데, 이를 대표하는 것이 푸른 색이었다가 클로버의 색을 따라 녹색으로 바뀌었고, 각종 종교 및 정치적인 이유가 동반된 후, 이 색은 아일랜드의 국가를 상징하는 색이 되었다. 그래서 이 날은 아일랜드계 이민자들 주도로 녹색으로 장식하고 시가 행진을 거행하는 등 거창한 날이었는데, 꼭 아일랜드계 이민자가 아니어도, 원님 지나가니 나발 분다는 식으로 덩달아 흥청망청 대는 좋은 건수임에는 틀림없었다. 밤 늦게까지 각종 클럽에 수 많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면서 밤새 술 마시며 춤추는 모습을 보니 그런 믿음이 굳건해 졌다. 시카고 강에 인공 색소를 뿌려 강 전체가 녹차라떼처럼 변하는데 (그림 1), “녹조가 아닙니다.”라고 이를 보도하는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면서 오지랖이 필요 이상으로 뻗쳤다는 생각과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작금의 현실을 떠올리며 마음이 착잡해 지기도 했다.

  역시 학술대회는 만남의 장이다. 오랜 동료와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그들의 연구 진행 상황을 살펴보는 것부터 전 세계에서 온 같은 전공의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게 되는 설레임이 제일 큰 즐거움인 것 같다. 그리고 학회장의 전공 분야에 따라 그 학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토픽의 향방이 결정되는 것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기회였다. NIH의 Lynnette K. Nieman 교수님이 이번에 학회장이 된 만큼 그의 전공인 생식내분비학이 이번에 많이 부각되었던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학회의 포맷상으로는 예년과 크게 달라진 면이 보이진 않았지만, 내분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고 다양하면서 수준이 있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발표되었다. 참석자 모두 각자 관심 있는 분야 및 본인의 연구와 연관이 있는 주제를 열심히 찾아 듣고, 참여하면서 활발한 학술 활동을 이어나갔다. 국내에서 제출된 연구 결과도 많이 눈에 띠였고, 시차 문제와 열두 시간 이상 장시간 비행 후의 피곤함에도 열심히 배움에 임하는 젊은 선생님들의 모습에 대견함을 느끼면서 우리 내분비학의 내일이 어둡지 않음을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DIO2 활성조절에 대한 연구발표(그림 2)와 부갑상선 호르몬 유전자 변이에 따르는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의 분자 기전 및 이를 통한 GPCR의 새로운 약리 기전에 대해 공동 연구 중인 MGH의 Tom Gardella 교수와 피츠버그 대학의 Jean-Pierre Vilardaga 교수의 연구 결과에 대한 한 건의 심포지움과 한 건의 구연 발표(그림 3)에 대해 매우 고무적이었으며, 조만간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게재할 수 있게 될 것을 기대할 수 있었고, 추가로 수행해야 할 부분에 대한 논의의 시간이 매우 유익했다.

  일요일 저녁에는 내분비학회 이사장이신 김동선 교수님과 여러 교수님 및 참석자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즐거운 나눔의 시간이 되었는데, 예전과 같이 큰 규모의 Korean Night는 아니더라도, 새로운 젊은 선생님들을 알게 되고, 국내에서 자주 못 뵙던 선생님들을 만나 친교 하는 정겨운 시간이 되었다 (그림 4). Chicago Tribune 건물 및 주위의 고색창연한 건물에서의 야간 산책도 좋았고, 미국에서 연수 중인 동국의대 최한석 교수와의 오래간 만의 만남, 그리고 의대생 시절 세브란스 병원에 교환 학생으로 와 인연을 맺은 교포의사 신상환 선생이 인근 SIU (남일리노이의대) 마취과 교수가 되어 네 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와 준 것이 매우 반가웠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자리에서 불쑥 의사냐고 묻는 인도 출신 운전 기사가 내분비학회에 참석 중이라고 했더니 대뜸 본인이 당뇨가 있는데, 의료보험이 없어 전혀 치료를 못 받고 있다는 넋두리에 최첨단 의료의 정수를 달리는 미국 의료의 또 다른 이면을 본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고, 꼭 당뇨병을 정복해 달라는 애원을 들으면서 연구자로서 더 정진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 내년에 뉴올리안스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고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때마침 오버부킹이 되어 비즈니스석으로 무료 승급이 되는 행운이 함께 했다.


그림 1. 성패트릭데이를 맞아 녹차라떼처럼 변한 시카고강.

그림 2. 학회 부총무 이재혁 교수와 함께.

그림 3. 졸다가 갑자기 나타난 한글에 잠이 확~

그림 4. 학회 선생님들과 즐거운 시간.

spon MSD 릴리 노바티스 다케다 사노피 베링거 세르비에 유한양행 대웅제약 아스텔 한독 종근당 노보 동아 일동 lg화학 cj헬스케어 삼진 보령 중외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09 롯데캐슬프레지던트 101동 2503호, 우)04146    Tel : 02-2038-0072
Fax : 02-714-5103     E-mail : endo@endocrinology.or.kr     사업자등록번호 : 106-82-31113     대표자 : 김동선

Copyright(c) Korean Endocrine Societ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