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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diovascular Research Center,
University of Virginia

정창희(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한국에서 COVID-19이 유행하기 시작한 2월 말, 2년 동안의 미국 연수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어느덧 6개월이 지난 가을의 문턱에서 해외 연수기를 쓰니 벌써 연수 시절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 친하게 지냈던 현지의 여러 가족들이 걱정스런 표정을 짓던 것을 아직 기억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 쪽 상황이 더 걱정이 되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 2018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미국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University of Virginia의 Robert M. Berne Cardiovascular Research Center에서 연수를 마치고 귀국하였습니다.
두 번의 비자 인터뷰, 보스턴에서 샬러츠빌(Charlottesville)로

  여러 선배님들의 경험을 듣고 연수지를 선택하기 위해 일찌감치 약 1년 전부터 제가 연수를 희망하는 Lab의 PI에게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역시나 실험에 익숙지 않은 MD를 쉽게 받아 주진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제가 관심이 있었던 Adipokine, cardiovascular research 분야에서 활발한 업적을 내고 있는 일본 Nagoya University의 Dr. Noriyuki Ouchi 교수와의 약간의 친분을 활용하여 이 분이 post-doc으로 일했던 Kenneth Walsh 박사에게 연수 희망 메일을 보내게 되었고, 다행히도 Ouchi 교수의 추천 덕분인지 흔쾌히 연수를 허락하여 주었습니다.

  당시 Walsh 박사는 Boston University의 Whitaker Cardiovascular Institute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당연히 Boston으로 연수를 가는 것으로 준비를 하고, 마침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ICoLa 2017에서 Plenary lecturer로 초청된 Walsh 교수와 인사와 면접을 대신한 저녁 식사 자리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순조롭게 Boston에 먼저 다녀오신 여러 선생님들을 통해 그 곳 생활에 대해서 인계도 받고 Visa 인터뷰까지 잘 마쳤습니다만, 갑작스레 Walsh 박사께서 대학을 University of Virginia로 옮기기로 결정을 하였다 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메일을 받고 한 동안 맨붕에 빠졌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다시 Visa를 받고 출국하기 까지 많은 일이 있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예상치 못한 지역에서의 제 해외 연수 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Boston의 생활보다는 University of Virginia의 생활이 여러 측면에서 저에게는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University of Virginia (UVa), 그리고 샬러츠빌(Charlottesville)

  UVa는 국내 분들에게는 그렇게 인지도가 높은 대학은 아니지만, State University 로 미국 독립선언문 작성자이며 미국 3대 대통령이었던 Thomas Jefferson에 의해 1819년 설립된 미국 동부 지역에서는 나름 인지도가 있는 학교 였습니다. 다행히도 가톨릭대학교 내분비내과 고승현 교수님께서 이 곳 UVa에서 연수를 하셔서 출발 전에 저에게 많은 정보를 알려주셨고 덕분에 현지 적응에 좀 더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미국이란 나라가 전반적으로 그렇기도 하지만 이런 rural area는 10년-20년이 지나도 큰 변화가 없는게 특징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고승현 교수님께서 연수를 하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지역의 마트나 학교, 방과 후 활동 등은 큰 차이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UVa는 워싱턴 DC에서 약 2시간 정도 남서쪽에 위치한 Charlottesville이라는 작은 도시에 위치하고 있으며, Charlottesville은 인구 약 5만 정도의 작은 도시이지만, 대학 도시라는 자부심이 많은 지역입니다. 주로는 백인이 대다수이지만, 다른 유색 인종에게 비교적 open minded 된 지역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아마 유학생이 많고, 대학이 도시의 경제를 움직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형성이 된 게 아닌 가 싶습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바쁜 삶을 살다가 여유롭고 집세가 비교적 저렴한 이 곳 Charlottesville에서의 생활은 정말 제가 처음에 선택한 연수 도시는 아니였지만 어쩌면 더 나은 연수지가 아니였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많은 분들이 Sanfrancisco, Boston, LA 와 같은 큰 지역에서의 연수를 하시는 경우도 있고 나름 장점도 많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작은 도시에서의 연수 생활도 가족과 본인을 위해서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COVID-19으로 앞으로 이런 기회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막차를 탄 저로서는 감사하지만, 여러 후배 분들을 생각하면 굉장히 안타까울 뿐입니다. COVID-19이 해결된 이후로 연수를 미루고 있는 분들이라면 대도시도 좋지만, 이런 한적한 지역도 염두에 두시고 연수지를 선택하는 것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사진 1. University of Virginia 위치(좌측)과 전경(우측)
생소했던 연구 주제와 실험실 생활
  Walsh 교수 실험실은 그 동안 Cardiometabolic disease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왔던 곳이며, 주로는 adipokine, Akt signaling, Wnt signaling에 대한 연구를 최근에 활발히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연수를 시작하기 1-2년 전부터 clonal hematopoiesis라는 새로운 개념에 대해서 연구를 시작하고, NIH grant를 4개 정도 따면서 현재는 이 주제에서 전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업적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곳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Walsh 교수는 Post-doc의 전공 분야와 기본 지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프로젝트를 배분하는 분이었고, 저에게도 제 전공인 당뇨병, 비만 분야를 clonal hematopoiesis와 접목하여 2년 간 연구할 주제를 정해 주었습니다.

사진 2. Clonal hematopoiesis와 Cardiometabolic disorders
  물론 한국에서 연구원들의 도움으로 기초 논문을 몇 편 기획하고 써 본적은 있지만 Bench work에 거의 문외한이었던 저는 처음 6개월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마우스 handling, genotyping, plasmid purification, lentivirus production 등 생전에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던 것들을 여러 Japanese post-doc들에게 배워가며 하나씩 익숙해 져 갔습니다. 특히, mouse bone marrow isolation and transplantation 기법을 활용한 실험들은 쉽게 경험해 보기 어려운 실험일 것 같습니다. 아직도 처음 mouse bone marrow isolation한 날 문화적 충격에 점심을 하기 어려웠던 날이 기억납니다. 결국 Cre-LoxP system 을 기반으로 제 프로젝트에 사용할 knock-out mice를 얻기까지 9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 사이 많은 실험 기법들에 익숙해 질 수 있었습니다. 2-3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랩 미팅 발표를 하면서 프로젝트를 조금씩 구체화 시킬 수 있었고, 마침내 2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그래도 논문 하나를 완성하여 투고를 준비하면서 귀국할 수 있어서, 동물 실험의 시작부터 논문 작성 까지 하나의 큰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아주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사진 3. 랩에서의 마지막 날. 단체 사진(좌측), 일본 Assistant professor Soichi Sano와 함께(우측)
훌쩍 자란 두 아이
  아무래도 연수 기간 동안 개인적으로 가장 기쁜 것은 미국의 미세먼지 없는 날씨와 따스한 햇빛, 비교적 저렴한 육류, 그리고 학업 스트레스로부터의 해방 등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 아이들 모습일 것 같습니다. 첫 1년은 방문자, 혹은 여행자의 입장에서 살았다고 한다면, 나중 1년은 가급적 현지인의 모습으로 지내고자 노력했습니다. 다행히도 저희가 살았던 지역 주민들의 따뜻함과 호의 속에 아이들도 학교 생활, 스포츠 활동 등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과 체력을 얻고 귀국하는 느낌입니다. 지금 비록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학교에 자주 가지 못해 실력(?)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워 하지만 이런 신체 능력에 대한 자신감은 앞으로 아이들이 커가는 데 있어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향후 계획
  귀국 직후에는 과연 앞으로 여기서 배운 주제에 대해서 연구를 계속 수행해 나갈 수 있을 큰 확신은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만큼 funding이 많이 필요한 주제이므로 이 곳에서 얻은 결과를 활용하여 지난 반 년 동안 연구비 수혜에 총력을 기울였고, 다행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공모한 중견 연구자 사업에 예비 선정되어 앞으로 연수 기간 동안 경험했던 실험 기법을 활용하여 동물 실험을 지속해서 당뇨병, 비만 분야에서의 중개 연구를 지속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2년간의 소중한 연수 기회를 허락해 주신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이기업, 박중열, 김민선, 이우제, 고은희, 민세희 교수님들께 이 연수기를 통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sp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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