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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이야기- 맥주 아는만큼 맛있다 5편
즐기는 자를 위한 맥주 크래프트 비어
(CRAFT BEER)

천안 엔도내과의원 윤석기

  수입맥주가 동네 마트에도 넘쳐나고 외국 여행을 통해 다양한 음식과 술(맥주)을 접할 기회가 많은 요즘은 우리가 가진 맥주에 대한 개념이 바뀌게 된다. 도심의 거리를 걷다보면 수제 맥주,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라는 문구를 한번쯤은 접해 보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대기업 생산 맥주들과 달리 독창적인 장인 정신으로 태어난 다양한 종류의 맛과 향을 가진 맥주로 소량 생산되어 희소성이 있는 맥주를 CRAFT BEER 라고 한다.

  craft는 원래 ‘힘(force)’이란 뜻인데, 예술 분야에서 쓰이면서 “기능, 기교, 기예, 솜씨, (특수한 기술을 요하는) 직업, 수공업”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처음엔 긍정적 의미의 형용사인 craftlike가 있었으나, 이는 세월이 흐르면서 사라져 갔고 그 대신 부정적 의미의 crafty가 생겨났다. crafty는 ‘교활한, 간악한’이란 뜻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craft라는 단어가 갖는 긍정적 의미까지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 영민함이 기예의 수준에 이르러 교활함의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1970년대 후반 영국에 양조 창업 붐이 한창일 당시 미국 양조협회(ABA)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로 현재는 주로 소규모의 양조장에서 에일 계통의 유행이 지난 스타일을 옛 모습 그대로 또는 기발한 재해석 등을 가미해 제조한 모든 맥주들을 가리킨다. 그러나 에일뿐만 아니라, 라거나 독일식 향토 맥주들, 심지어 람빅에 손을 대는 경우까지 존재하는, 다양성과 독립성이 특징인 양조장들을 말한다. 자체 생산력은 웬만한 기업 못지않은 곳에서부터 가내수공업 수준의 양조장까지 천차만별이었다.

  크래프트 맥주(craft beer)는 소규모 양조업체가 대자본의 개입 없이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만드는 맥주를 말한다. 대형 맥주업체가 대량생산하는 천편일률적인 맛에 질린 사람들은 각 지역에서 생산하는 특색 있는 맥주를 선호한다. Craft의 핵심은 “외롭고 지루한 노동, 완성도에 대한 비타협성, 창의력”이기 때문이다.

  협의의 크래프트 맥주의 경우는 단순히 규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소규모 맥주 브루어리를 의미하는 마이크로브루어리 라는 단어는 영국과 벨기에 등에 존재하고 있었고, 넓은 의미에서는 이들도 크래프트 맥주로 혼용된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크래프트 맥주는 지루한 노력, 퀄리티에 대한 비타협, 창의적 시도로 대표되며, 그 외에도 이것저것 제한을 많이 둔다.

  크래프트 비어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도 크래프트 비어의 정의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미국의 양조장, 펍, 그리고 홈브루어들의 단체인 Brewers Association은 크래프트 비어의 정의에 대한 결론을 만들었다.

  우선 생산량이 너무 많으면 안된다. 미국 최대 규모인 보스턴 비어 컴퍼니도 3억 리터 정도, 미국 내 맥주수요의 1%를 넘어가지 않는다. 미국의 대규모 맥주회사들이 연간 100억리터 이상씩 생산하는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소량이 맞다. 연간 생산량이 600만배럴(=약 720,000톤)이하 규모의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맥주를 크래프트 비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아는 맥주병으로 환산하면 20억병 이하 규모의 양조장만 크래프트 비어 브루어리라고 한다. 실제로 미국의 크래프트 비어의 Top1 브루어리의 2014년 생산량은 291만배럴, Top2이며 우리에게 사무엘 아담스 맥주로 친숙한 Boston Beer Co. (보스턴 비어 컴퍼니)의 2014년 연간 생산량은 255만 배럴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외부 자본을 너무 끌어들이면 안된다. 거대 자본을 가진 기업이 크래프트 비어 회사의 지분을 25%이상 가질 수 없다. 최근 미국에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크래프트 비어의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기존에 라거를 생산하던 거대 자본의 기업들이 크래프트 비어 회사들을 인수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들의 지분 비율이 25%이상 넘어가면 더 이상 크래프트 비어 회사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밸러스트 포인트나 구스 아일랜드는 판매처에서 뭐라고 하든간에 크래프트 맥주가 아니다(최근 대규모 맥주회사에 인수합병됨).


인수 혹은 대규모 투자받은 크래프트 비어 회사

  마지막으로 전통적 재료를 추구한다. 향이 첨가된 맥주가 아닌 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창의적인 방법으로 양조한 맥주를 생산해야 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적어도 50%는 올몰트 맥주라고 하는 순수 보리맥주를 사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옥수수나 기타 재료를 사용한 맥주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크래프트 맥주가 아니다. 바로 이 부분이 크래프트 맥주가 말하는 전통적 방식이지만, 나머지 50%에 창의성이 또한 크래프트 맥주이다.

  규모는 비록 작지만 다양성 만큼은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며 다품종 소생산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보여주지만, 실제로는 극도로 치열한 시장이다. 가뜩이나 맥주 시장의 절대다수는 대기업에서 만든 부가물 라거가 독점하다시피 하는 실정에서 그 작은 크래프트 시장조차 살벌한 경쟁이 일상으로 벌어지고, 또 사라져 가는 자본주의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수천개의 양조장에서 수십, 수백만종의 맥주를 생산하고, 이를 알아주는 사람들에게 꾸준히 소모되고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끝판왕은 미국이며 크래프트 브루어리(브루펍 포함)만 4000개 가까이 존재한다. 2012년 12월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양조장 수는 2,757개로, 미국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980년대 시작된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 역사의 결과다. 2009년 미국 전체 맥주산업의 매출 규모가 2.2퍼센트 줄 때 크래프트 맥주의 판매액은 10.3퍼센트, 판매량은 7.2퍼센트 증가했다고 한다.


미국 TOP5규모의 크래프트 비어 회사

  마지막으로 하우스 맥주와 크래프트 비어의 차이를 알아보자. 2000년 초반, 소규모 맥주 양조가 합법화되면서 맥주를 양조하는 업체들이 많이 생겨났다. 소규모 맥주 양조는 가능해졌지만, 외부 유통은 불법이었으며 맥주를 매장 안에서 모두 다 소비해야했다. 'In house(매장 내부에서만) 맥주를 소비해야한다'라는 정책 때문에 하우스 맥주라는 단어가 생겼다. 2014년 소규모 맥주 제조자에 대해서도 외부 유통이 가능하도록 정책이 바뀌었고, 하우스 맥주를 만들던 업체들도 외부 유통을 하기 시작했다. 맥주 자체로 하우스 비어와 크래프트 비어를 나누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하우스 맥주는 소규모로 양조된 맥주를 내부에서 소비 해야만 했던 시대에 나온 어휘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국산 맥주가 충족해주지 못했던 맛의 다양성을 찾아 오늘도 세계 각국 맥주를 찾아 간다. 그리고 좀 더 맛있고 특별한 맥주를 갈구하는 우리들에게 CRAFT BEER 라는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깊어 가는 가을 밤에 도시의 탭하우스나 펍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크래프트 비어 다소 낯선 이름 한잔에 일반 맥주보다 사악한 가격이 보인다면 그것은 필시 크래프트 비어일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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