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보스턴 생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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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효정 | 등록일 | 2016-03-22 | 조회수 | 512 |
Link URL | http://www.endocrinology.or.kr/webzine/201510/sub6.html | ||||
김효정(을지의대)
학회 사이트의 해외연수기관정보에 있는 여러 교수님들의 해외연수기를 보다 보니 금년만도 네 분이 보스턴에서 돌아와 연수정보를 올려주셨고 그 중 몇몇 교수님은 미국에서 같은 시기에 보스턴 생활을 보낸 분들이었습니다. 모든 교수님들께서 깨알 같은 정보를 소개해주셔서 보스턴의 생활상을 더 보태드릴 것이 없을 듯도 합니다. 먼저 제가 다녀온 곳의 실험실 소개를 드리고, 남편이 6개월 만에 귀국한 후부터 춥고 긴 겨울을 보내면서 실험하기, 밥하기, 두 아들과 놀아주기를 동시에 해야했던 제 나름의 보스턴 생존기를 올릴까 합니다.
Longwood Medical Area(LMA)는 하버드 의대 교정을 비롯하여 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 (BIDMC), Brigham and Women’s Hospital, Dana Farber Hospital, Children’s Hospital 등 하버드 의대 부속 병원과 연구실들이 함께 모여 있는 지역이고 하버드대 본교가 있는 북쪽의 캠브리지와는 찰스강을 기준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 중 BIDMC의 West Campus 내에 Joslin Diabetes Center가 있고, 제가 2014년 8월부터 2015년 7월까지 1년간 연수를 다녀온 내분비내과는 East Campus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제 지도교수는 내분비내과 과장이신 Anthony Hollenberg (Tony) 교수님으로 제가 갔을 당시 그 실험실에서는 갑상선 호르몬의 작용기전에 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와 조절에 갑상선 호르몬 의존성 경로와 비의존성 경로가 다름을 갑상선 호르몬의 신경내분비계 신호전달체계를 연구하여 밝혀내었고,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가 갑상선 호르몬과 결합할 때 작용하는 조절인자들, 특히 nuclear receptor corepressor (NCoR)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기초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았지만 갑상선 호르몬의 대사작용에 관심이 많던 저는 박영주 교수님과 하버드대학교 내분비내과에 계신 김영범 교수님의 도움으로 Tony 교수님 실험실에 가게 되었습니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 일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그것도 기초실험을 하도록 수락하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나중에서야 김영범 교수님께서 적극 추천해주셨던 것을 알고 더더욱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곳은 대학에서 내과학을 배울 때 참고한 “The Werner & Ingbar’s THYROID” 교과서의 저자 Ingbar 교수가 연구를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Tony 교수님의 실험실에는 경험 많은 세 명의 박사후 과정 연구원, 외국에서 연구하러 온 두 명의 의사, 5년 이상의 lab manager 경력이 있는 의대 지망생이 일하고 있었고, 그 외에도 서브인턴 학생들이 수시로 들러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그 실험실에서 일하다 텍사스로 옮기게 된 인도계 친구의 프로젝트를 이어받아 갑상선 호르몬이 Methionine 대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실험에 익숙해지면서부터 기대치 않던 재미있는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때마침 비슷한 관심사로 Cell 지에 논문을 실은 하버드 보건대학의 연구진을 알게 되어 공동연구할 기회도 가졌습니다. 연수지에서 떠나오기 전까지 제 연구의 결론은 Nitric oxide 만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던 Hydrogen sulfide (H2S)라는 내인성 가스물질이 체내에서 갑상선 호르몬에 의해 조절된다는 것이었고 초보적이긴 하지만 갑상선 호르몬이 간에 미치는 작용의 일부를 설명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춥고 매서운 바람이 부는 긴 겨울이 있고, 연구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많아, 연수생활이 빡빡할 것 같은 보스턴에 그래도 많은 교수님들이 가시는 동기 중에는 보스턴의 좋은 교육 분위기도 한몫 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미국으로 연수를 가게 되면 절대 동부 쪽으로는 가지 않으리라…” 2002년 임용전 커넷티컷주 뉴헤이븐에 있는 예일대학교에서 2년간 연수기회를 가졌을 때 허리까지 오는 눈을 헤치고 다녀본 경험이 있던 저는 <다음에 기회가 오면 동부 외의 다른 곳에 가서, 조금 더 따뜻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 는 것이 오랜 숙원사업이어서 잠시 보스턴으로 가는 것을 망설이기도 했었습니다. 또한 중학교 입학과 사춘기를 코앞에 두고 있는 큰아들을 동행해야 했기 때문에 연수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버드, MIT 같은 굴지의 명문대학이 있는 보스턴으로의 연수는 자동차를 자기 손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가진 두 형제에게 적당한 동기와 즐거움을 부여해주었습니다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지만요 ^^).
미국에 있으면서 국내에서 연구하고 계시는 교수님들이 자랑스러웠던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갑상선 분야에서 이미 미국 학회의 주요 연자로 활동하고 계시는 교수님들의 성함을 듣는 것은 물론, 사소한 집담회에서도 국내의 임상연구 자료를 환자 치료의 참고 자료로 발표하는 경우를 보았고, 미국에 있지 않은 원천기술을 POSTECH에서 보유하고 있어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경우도 보면서 괜히 제가 우쭐했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 들어 중국인 의사들이 물밀듯이 몰려와 기초연구를 하고 있다는 점도 이전과 비교하여 제가 개인적으로 체감한 큰 차이였습니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의사들을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 5년여 전부터라고 하고 대학에 있든 아니든 많은 의사들이 연수기회를 갖는다고 하니 이것이 앞으로 세계 의료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궁금해졌습니다.
미국에서 보낸 2015년은 뉴잉글랜드 미식축구 “Patriot” 팀이 시애틀 “Seahawks” 팀과의 경기에서 이겨 “Super bowl”을 쟁취한 해이고, 50년 만에 보스턴의 폭설 기록이 갱신되는 해이기도 했습니다. ‘미국 문화와 미국 역사가 나와 무슨 상관이야’ 라는 것이 기본 생각이던 저에게 보스턴의 잘 보전된 유적지와 오래된 공원들, 고풍스러운 가옥들은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인터넷도 느리고 일처리도 느렸지만 요즘은 그 안에서 느껴졌던 상대적인 여유가 그립기도 합니다. 그러나 미국에 살면서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단연 넓은 땅과 자연이었습니다. 보스턴 항구에서 고래를 보러 가고, 메인주로 올라가 가재를 먹고, 꽃구경을 위해 혹은 가을단풍을 보기 위해 동부의 위아래를 오르내리면서 서부에서는 느끼지 못했을 정취를 두 아들들과 낯선 땅에서 즐겼던 추억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가슴 속에 남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저의 연수준비를 마음으로 도와주셨던 박영주 교수님, 김영범 교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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