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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Karolinska institute, integrative physiology 랩 해외 연수기

손장원(가톨릭의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Välkommen till Sverige

  지난 2017년 늦은 봄, 연수를 떠나 멋진 두번의 여름과 긴 겨울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한달 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아직은 생생한 기억들로 스웨덴 Karolinska institute에서의 해외 연수기를 작성해 봅니다.

20시간의 비행, 스웨덴 도착

  아직 우리나라에서 직항로가 없는 스웨덴은 출발 전 가족의 항공권 선택도 고민이었다. 2017년 3월말 그렇게 두바이를 경유해 20여 시간의 긴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 당시 여전히 영하의 날씨였던 차가운 공기와 이미 어둑해진 늦은 오후의 첫 스웨덴은 긴장과 설렘의 시작이었다. 도착 다음날 연구실에 방문하기로 약속을 해, 연구소 건물 입구에서 그간 이메일로 연락해오던 연구소 관리자인 Arja kants와 첫 통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반가운 목소리의 Arja는 “Hey, Son. Välkommen till Sverige (Welcome to Sweden)” 순간 영어인가? 낯선 스웨덴어 인사에 당황한 나는 인사하려고 준비했던 말들도 잊고 “A.. um.. pardon?..”, 그렇게 547일의 북유럽, 스웨덴 Karolinska institutet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의 연수 생활을 시작했다.

Karolinska institutet, 새로운 시작

  스톡홀름 중동부 지역 Solna시에 위치한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1810년에 설립된 스웨덴의의과대학으로, 대학으로서의 기능과 함께 기초에서 임상에 이르는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는 유럽의 대표적인 의학연구소이다. 총 8개 분야의 큰 연구주제 아래 22개의 연구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https://ki.se/en/research/research-areas-at-ki), 그 중 연수 생활을 했던 곳은 physiology and pharmacology 소속의 integrative physiology lab이였다.
통화를 마치고 지금은 옛 건물이 된 (사진1) 연구동 앞에서 Arja를 만나 함께 연구소 출입증을 만들고 건물 곳곳의 이용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참고로,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2014년 이후 70여년 만에 새로운 통합 연구소와 병원건물 신축을 시작하였고, 연수 중이던 2018년 5월 지금의 새로운 연구동 (사진 2)으로이사를 했었다). 자줏빛 벽돌에 덩굴 나무가 인상적이던 옛 연구소 건물은 폴더 안의 사진들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 중 하나다.


사진 1. 구 연구소 전경


사진 2. 새 연구소 내부

연구소의 몇 곳을 둘러보고 4층에 위치한 lab으로 이동해, PI중 한명인 Anna Krook교수와 첫 인사를 나누었다. 이 곳 연구실은 두명의 PI인, Juleen Zeirath 와 Anna Krook (사진 3) 교수를 중심으로 대략 30여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2형 당뇨병과 관련한 skeletal muscle plasticity에 대해 epigenetics와 exercise biology 관점에서 ex-vivo, human skeletal muscle sample를 이용한 폭넓은 translational research을 진행하고 있다. Anna 교수와 연수 기간 동안의 현지 생활과 연구 계획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연구실 동료들과 개별적으로 인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연구소의 첫 한국인 연구원이자 임상 의사였던 나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에게도 역시 생소하고 조금은 의아했던 것 같다. 그 날 자리를 비웠던 Juleen교수와는 다음 날 면담을 약속했었다.


사진 3. PI였던 Juleen Zierath 교수(좌)와 Anna Krook 교수(우)

Juleen Zierath 교수와의 인연

  다음날은 아침부터 눈보라가 치는 궂은 날씨였다. Juleen교수 연구실에서의 첫 면담은 생각보다 편안한 자리였고 정착하는데 문제는 없는지 어떤 연구에 관심이 있는지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대화 중 스웨덴에서는 3-4월 이맘때쯤이면 하루에 사계절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날씨에 대한 농담에 그 날의 눈보라, 비, 뜬금 없이 해가 나던 날씨가 아직 기억에 남는다.
Juleen교수를 처음 알게 된 건 한 소규모 학회의 강의장에서 였다. 당뇨병의 기전과 관련해 근육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연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을 즈음, 201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Cell symposia: Exercise and Metabolism에 참석하게 되었고, 당시 막연히 미국의 어느 연구소에 대한 연수를 생각해보며 강의를 듣던 중, 생각과는 다르게 마지막 연자였던 Juleen 교수의 강의를 듣고 그녀의 열정과 연구주제에 공감하게 되면서 이 곳에서의 연수 생활을 계획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듬해 8월 Juleen 교수에게 application letter을 보내게 되었고 몇번의 서신 교환과 전화 인터뷰 후 최종적으로 연수가 결정되었다. Juleen 교수는 현재 카롤린스카 연구소와 함께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에서 연구실을 운영 중이며, 노벨 생리의학상 선정 위원장을 비롯해 폭 넓은 대외 활동을 하고 있다 (Juleen Zierath: in pursuit of curiosity, Lancet Diabetes Endocrinol. 2018 Apr;6(4):274). 언제나 한결 같고 변하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는 Juleen 교수는 내게 연구 뿐 아니라 인생의 또 다른 스승이기도 했다.

익숙하지 않은 실험, 반복되는 실수.. 그렇게 배워갔던 시간들

   7과 9. 연수를 다녀 오구 나서 한 가지 바뀐 습관이 숫자 7를 적는 필체다. 지금 돌이켜보면 별다른 일도 아닌데 그때는 작은 실수도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연구실 출근 첫 날, 전 날 받은 출입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몇 번을 다시 시도해도 “삐빅, 삐빅” 첫 날부터.. 알고 보니 연구실 출입증 비밀번호를 정할 때 건넸던 메모지의 한 숫자였던 7을 9로 오인해 설정해 주었던 것이였다. 그 이후에도 실험 관련 장비, 기구 및 노트에도 7은 항상 신경 써 쓰게 된 숫자가 되었다. 물론 이건 아주 작은 실수의 시작에 불과했다.
익숙하지 않은 in vitro 실험은 실수의 연속이었고 예상했던 결과를 얻기는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험은 항상 다른 동료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요령없이 키우던 세포 배양 일정에 주말에도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처음 몇 개월간은 기본 실험 술기와 근육 세포주인 C2C12와 L6 cell를 이용해 세포 배양에 대해 공부하였고, 이후 사람 근육 세포의 채취와 배양에 대해 배우며 기본적인 molecular biology 관련 실험 기법과 glucose uptake 등을 포함한 metabolic assay 및 live cell imaging 기법을 배워 볼 수 있었다. 사람 근육 채취는 의료인에게만 허용되는 제한점이 있어 임상의의 장점을 활용한다면 관련 기초 연구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는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문이 열려있던 Anna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실험에 대한 토의가 자유로웠다. 이와 같은 논의를 통해 metformin의 근육에서의 새로운 약리학적 기전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수행하기로 하였고, 관련 실험을 통해 metformin이 근육 세포내 Ca2+ oscillation을 통해 mitochondria-nucleus crosstalk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In vitro 실험과 병행하여, 당시 연구소에서는 “Genomic and Metabolomic Fingerprint of Skeletal Muscle Insulin Resistance and the Adaptive Response to Exercise in Type 2 Diabetic Patients”라는 주제하에 대규모 중개 연구가 진행 중이었고, 이를 통해 multi-omics approach에 대해 공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와 같은 system biology에 대한 관심을 갖던 중, genome-scale model에 대한 이해와 각 layer의 omics- 데이터를 integration analysis하는 부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무척 흥미로웠다. 관련 분야인 computer science, bioinformatics와 high-throughput technology의 빠른 발전 속에서 임상 의사의 연구 역할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던 계기이기도 했다. 보통 2주마다 있던 랩 미팅은 부담인 부분도 있었지만 Juleen과 Anna 교수의 조언과 동료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은 많은 도움이 되었고, 해외 연구자들의 다양한 lecture을 들을 수 있었던 시간들,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선도적인 연구를 하는 몇몇 한국인 연구원들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들 역시 무엇보다 값진 기억으로 남아있다. (사진 4)


사진 4. 연수기간 거주했던 스톡홀름 sundbyberg 동네의 겨울 풍경

Hey, Fika, 삐삐의 나라 스웨덴에서의 일상

  스웨덴의 계절 변화는 빼놓을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러한 계절에 순응하는 스웨덴인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 그들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10월말 이후로는 밤이 무척 긴 스웨덴의 겨울은, 흔히 볼 수 있는 노란 불빛의 장신구들과 모여있는 가족들의 모습으로 오히려 따뜻한 느낌 이기도 했다 (사진 5). 도심 곳곳의 스케이트장, 크리스마스 시즌의 Skansen 크리스마스 마켓은 책 속의 어떤 장면 그대로였던 것 같다. 이런 긴 겨울을 보내고 나면 5월 이후 멋진 햇살이 감사하게 느껴지고, 6월 백야가 있는 22일 midsummer가 되면 일년 중 최대 축제일을 맞게 된다. 여름 동안 인근 호수와 강은 얕은 수심에 야외수영장이 되기도 하고 햇살 좋은 날의 숲과 공원은 최고의 놀이터이기도 했다. 스웨덴의 대표적 작가인 Astrid Lindgren 의 동화 삐삐 (Pippi)을 여전히 사랑하는,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된... 그들의 삶을 대하는 소소한 많은 모습에서 왜 북유럽 사람들은 행복 한가에 대해 몇가지 이유가 짐작되었다. 그런데 언젠가 스웨덴 친구와 이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 친구가 정리해 줬던 북유럽 사람들의 특징은 예상과 달리 흥미로웠다;덴마크 happy, 핀란드 talkative, 스웨덴 shy.


사진 5. 2017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식장에서

  만약 스웨덴에서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우리 fika 할까요?”. 전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 중 하나인 스웨덴에는 fika 라는 독특한 사회적 문화가 있다. fika는 바쁜 일상 속의 차 한잔의 여유와 같이 ‘함께 커피를 마시다’라는 뜻으로, 보통 하루에 한번 정도 여럿이 모여 fika 시간을 갖는다. 스웨덴 전통 빵인 시나몬 향의 kanebulle (카나불레)나 프린세스 케익과 함께 커피나 차를 함께 마시는 이 시간은 꼭 빠지면 안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진 6). 떠나기 전날에도 그렇게 모두 모여 fika 시간을 가졌다 (사진 7, 8).


사진 6. Fika와 Crayfish party


사진 7. Juleen과 Anna교수와 함께


사진 8. 귀국 전 마지막 fika에서 동료들과 함께

소중했던 가족과의 시간

  영어에 능숙한 스웨덴이지만 관공서, 은행, 렌트 관련 서류, 도로 표지판, 마켓의 음식 이름 등등 사실 대부분은 스웨덴어로 되어있다. 낯선 스웨덴어 만큼이나 우여곡절이 많았던 연수 기간에, 항상 함께 였고 힘이 되어준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사진 9). 아이들은 어느 날은 목수나 화가이기도 비행기 조종사이기도, 요리사, 수영, 축구, 스케이트 선수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맑은 공기와 좋은 자연, 교육 환경은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었다. 가끔씩 학교에 데려다 줄 수 있었을 땐 교실 안에서 뭐 하는지 힐끗 보기도 하면서 웃음 지어졌던 여유와 기억들이 떠오른다 (사진 10). 스웨덴에서 한국처럼 사는 것은 글쎄.. 한국에서 스웨덴처럼 살아보자고 약속을 했던 것 같다. 북유럽 주변 국가와 아이슬란드, 발트해 3국으로의 여행과 친하게 지냈던 몇몇 한국인 가족들과의 시간은 소중한 추억이 된 또 다른 일상이었다.


사진 9. 소중했던 가족과의 시간


사진 10. 아이들의 생활

  그렇게 지내오던 일상 속에서 2018년 9월말 연수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익숙하지 않았지만 기초 실험실에서 42를 거꾸로 돌린 24세의 학생처럼 배우며 지낼 수 있었고, 실패가 값지었던 시간이었다. 18개월의 연수 기간은 연구실 책상 한 켠에 좋은 추억으로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 같다 (사진 11). 이 지면을 빌어, Juleen Zeirath교수와 Anna Krook 교수 그리고 연구실 동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Tack så mycket !!


사진 11, 스웨덴을 기억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며

  이러한 연수 생활을 허락해주시고 격려해주신 유순집 교수님, 김성래 교수님, 이성수 교수님과 교실의 여러 선생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긴 글을 읽어주신 여러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19년 새해에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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