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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지&간행물
UCSF 연수기
작성자 최한석 등록일 2018-10-30 조회수 1,095
Link URL http://www.endocrinology.or.kr/webzine/201804/sub7_2.html
UCSF 연수기
최한석(동국의대 일산병원 내분비내과)


 낭만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University California San Francisco (UCSF)는 주로 의학과 생물학 연구와 교육에 특화된 미국 서부에서 가장 오래된 의과대학입니다. 멋지고 거대한 메인 캠퍼스를 자랑하는 다른 미국 대학과는 달리 비교적 아담한 캠퍼스, 연구소, 병원들이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UCSF를 구성하는 주요 캠퍼스와 병원은 Parnassus 캠퍼스, Mission Bay 캠퍼스, Mount Zion, Zuckerberg San Francisco General Hospital (ZSFG), San Francisco Veterans Affairs Medical Center (SFVAMC) 등이며, 대학 자체적으로 다양한 셔틀버스 노선을 운영하여 각 캠퍼스와 병원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캠퍼스나 병원의 위치에 따라 시내나 교외로부터의 접근성이 꽤 차이가 나기 때문에 UCSF로 연수를 가고자 하시는 분은 PI의 연구실이 어느 캠퍼스 또는 병원에 소속되어 있는지를 미리 파악하고 연수를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를 visiting scholar로 초청해주었던 Wenhan Chang 교수의 실험실은 Mission Bay 캠퍼스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이 캠퍼스는 2003년 처음 세워진 이후 현재는 꽤 많은 연구소, 강당, 병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비교적 최근에 지어져 시설들이 깨끗하고 좋았으며, 샌프란시스코의 지하철인 바트(16번가)와 캠퍼스를 연결하는 셔틀버스가 있어 교외 지역에서 출퇴근하기에도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연수지를 UCSF로 정하고 나서 가장 처음 고민했던 문제는 과연 어디에 살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하면 금문교, 가파른 언덕, 케이블카, 피어 39 등 너무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장소들이 떠오르지만 막상 샌프란시스코 내에 주거지를 선택하려고 하면 살만한 곳이 별로 없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렌트비와 물가는 미국에서도 가장 비싸서 방 2개짜리 아파트의 한달 렌트비가 4000-5000불을 넘는 수준이며, 학군이나 안전상 문제로 아이들과 함께 살기에 좋은 곳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샌프란시스코 외각 지역 중 학군, 안전성, 렌트비 등을 고려하여 두 곳 정도를 거주지로 고민하게 되었는데, 한곳은 샌프란시스코 남쪽의 밀브레와 벌링게임 지역이었고, 다른 한곳은 동쪽의 베이브릿지를 건너 오클랜드를 지나면 나오는 월넛크릭이라는 곳이었습니다. 두 곳 모두 괜찮은 조건을 갖추었으나 고민 끝에 결국 월넛크릭으로 거주지를 결정을 하였습니다. 월넛크릭은 인구 7만명 정도의 아담한 도시지만 나름 주변의 중심지로서 여러 백화점, 마트, 병원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고 한편으로는 산과 나무가 있어 전원적인 느낌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변덕스러운 샌프란시스코의 날씨와는 다르게 연평균 섭씨 22도 정도로 화창하고 따스한 날씨가 좋았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16마일 정도 떨어져 있어 거리가 먼 것이 단점이지만 지하철인 바트가 있어 40-50분 정도면 샌프란시스코로 출근이 가능한 곳이었습니다. 또한 와인으로 유명한 나파밸리나 소노마밸리와 가까워 주말에 다양한 와이너리를 둘러볼 수 있는 것도 월넛크릭에 사는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저의 가족은 미국으로 이사하면서 무빙세일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집에 들어갔을 때 가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기억이지만 처음 며칠은 식탁이 없어서 종이 상자를 깔고 컵라면으로 때우고 메트리스 없이 이불보만 덥고 잘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급히 이케아 가구점에서 테이블, 의자, 책상, 침대 메트리스를 구입하여 며칠 동안 가구 조립에 집중하여 2-3주 후에야 어느 정도 집 같은 모습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제가 8월말에 연수를 떠난 탓에 미국의 초등학교, 중학교가 이미 개학을 한 상태였습니다. 한국에서 5학년과 2학년이었던 저희 아이들은 적응기간도 없이 미국학교 6학년과 3학년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6학년은 중학교이기 때문에 초등학교와 달리 학생들이 과목마다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들어야 하고, 숙제도 많고 퀴즈나 시험도 꽤 자주 있었습니다. 영어가 서툴고 친구 사귀기도 어려워하는 큰 아이가 걱정되어 학년을 내려 초등학교 5학년으로 입학시켜보려 했으나 초등학교에서 절대 불가하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중학교 6학년으로 입학시켰습니다. 역시나 미국 중학교에 적응하기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큰 아이의 처음 영어 교과서는 제가 읽기도 쉽지 않은 미국 소설인 ‘Old Yeller’였고 역사나 과학도 아이에게는 생소한 단어가 너무 많았습니다. 저는 과외 선생이 된 기분으로 아이와 함께 교과서를 함께 읽으며 미국 중학교 과정을 공부해야 했습니다. 처음 한두 달은 미국 연수를 또 가고 싶다던 선배들이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온 가족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매우 긴장되고 힘들게 지나갔습니다. 두 달쯤 지나니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여행을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visiting scholar로 받아준 PI는 대만계 미국인인 Wenhan Chang 교수였습니다. Wenhan Chang 교수가 속해있던 연구소에는 Dolores Shoback, Daniel Bikle 등 골대사 분야의 저명한 교수들이 소속되어 함께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Wenhan Chang 교수는 주로 부갑상선과 골대사를 주제로 동물실험을 많이 하였고, 실험실에는 다양한 knock out 마우스 라인이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Wenhan Chang 교수 실험실은 마우스에서 부갑상선을 채취하고 이를 가지고 secretion test를 하는 등 부갑상선에 대한 연구기법이 잘 세팅된 곳으로 다양한 knock out 마우스에서 채취한 부갑상선을 이용하여 새로운 signaling을 밝히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병원 부설 실험실이라 출입을 위한 아이디 카드를 만들기 위해 받아야 할 교육도 많고 건강검진, 예방접종 등을 모두 마치고 나니 거의 2개월 정도가 지나갔습니다. 연구실 보안이 엄격하여 아이디 카드 없이는 연구소 출입과 연구소 내 이동도 쉽지 않았습니다. Wenhan Chang 교수는 매우 관대한 분으로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주었습니다. 특히 마우스에서 부갑상선을 채취하는 방법을 잘 가르쳐주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실험실로 연수를 갈 경우 1년이 너무 짧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실험실에 적응을 한 후 연구주제를 결정하고 실험계획을 세워서 Knock out 마우스를 breeding하기 시작했는데, 원하는 homozygote Knock out 마우스를 얻기가 어려웠습니다. 결국 breeding 조건을 바꾸고 원하는 마우스를 몇 마리 얻고 나니 귀국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결국 실험을 다 끝내지 못한 채 조직 슬라이드를 들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국 연수에서 가장 빼놓을 수 없고 행복했던 기억은 가족과 함께 했던 여행일 것입니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서부를 여행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자동차를 몇 시간만 운전하면 Los Angeles, San Diego, Las Vegas 등 서부의 주요 도시를 가볼 수 있고 요세미티나 타호 같은 국립공원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아이들 학교가 방학을 하거나 며칠 간의 휴일이 있을 때마다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인 것 같습니다. 요세미티, 그랜드캐년, 옐로스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웅장함,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족들과 함께 다니면서 아이들과의 추억을 충분히 쌓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 돌아와보니 아쉽기도 하지만 내가 있어야 할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느낌입니다. 쉼 없이 달려왔던 삶을 잠깐 멈추었다가 리셋하고 다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경험입니다. 연수기간 동안 옆에서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셨던 분들과 한국에서 저의 빈자리를 채워 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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